정부가 철저한 사전준비나 점검도 없이 '만5세 누리(공통)과정'을 올해 전면 도입·운영키로 하면서 각 지자체와 교육청,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관련 종사자는 물론 학부모들까지 혼란에 빠졌다.

무엇보다 어린이집은 각 지자체-보건복지부로, 유치원은 각 시·도교육청-교육과학기술부로 이원화된 지원 체계와 함께 기관·연령 간 형평성, 국공립시설의 부족 현상 등 영유아 보육의 고질적인 문제점에 대한 개선없이 섣부른 제도도입으로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12일 보건복지부와 교육과학기술부, 영유아 보육시설 등에 따르면 정부는 내달부터 그동안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각각 운영됐던 유아·보육과정을 '만5세 누리과정'으로 통합,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유아학비·보육료(월 20만 원)를 지원키로 했다.

그러나 정부가 누리과정을 도입하면서 시설마다 각기 다른 지원기준을 정했고, 장기적으로 보육을 전담했던 어린이집보다는 교육기능이 강한 유치원으로의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감이 증폭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동안 유치원과 어린이집, 어디에 근무해도 인정됐던 경력인증이 관련 법 개정으로 어린이집 근무 경력은 인정받을 수 없게 되면서 원생들과 함께 교사들의 유치원 선호는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또 교육비를 비롯 특별활동·현장학습비 등 모든 비용을 관할 지자체가 통제하는 어린이집에 비해 사립유치원은 모든 비용과 관련 부모와 원장이 직접 협의·결정할 수 있어 시장경제 원리 속에서 어린이집은 점차 자연 도태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지역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어린이집은 근무시간에 비해 월급이 적기 때문에 질적으로 우수한 교사들은 유치원을 선호한다"면서 "결국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춰 어린이집은 포기하고, 유치원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각종 규제에 묶여 이마저도 쉽지 않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반면 유치원 시설 수는 크게 부족해 이번 보육료 지원 확대로 앞으로 보육시설 부족 현상은 심화될 전망이다. 현재 대전지역에서는 국공립 유치원 수가 턱없이 부족해 수개월에서 1년 넘게 대기 상태로 있는 원생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대전지역의 전체 보육대상 아동은 모두 8만 9215명(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어린이집은 1600개소에 4만 4565명을 수용하고 있고, 유치원은 모두 237개소(2010년 기준)에 2만 323명이지만 국공립 시설은 84개소에 3315명만 수용이 가능하다.

관련 학계 인사는 "교사자격에 대한 통합과 처우개선, 지원체계 개선 등이 논의되지 않은 채 누리과정이 도입돼 당황스럽다"며 "지원기구의 통합과 함께 보육교사 처우개선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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