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학교폭력 은폐 교사에 대한 징계 수준을 높이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청주의 한 중학교에서 발생한 학생 사망사건이 학교당국에 의해 은폐와 축소됐다는 사실이 경찰수사 결과 드러났음에도 관련자들에 대한 문책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로인해 교육당국의 ‘제 식구 감싸기’식 처분이라는 지적과 함께 학교폭력근절에 대한 의지가 의문시 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19일 오후 3시 10분경 청주시 흥덕구 한 중학교 강당에서는 청소시간 친구들과 놀던 한 학생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A(13) 군이 체육관 바닥에 앉아 있던 B(13) 군의 종아리를 실수로 밟았고 이에 격분한 B 군은 A 군의 가슴을 수차례 마구 때렸다.

고통을 호소하던 A 군은 병원으로 이송된지 1시간여만에 숨졌다. 이후 경찰은 지난달 26일 이 사건에 대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숨진 A 군의 사인을 ‘외상성 심장파열’로 밝히고 사건 당시 일방적인 폭행이 가해졌다는 결론과 함께 가해 학생 B 군을 청주지법 소년부로 송치하는 것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하지만 사건 발생 후 해당학교를 상대로 진위파악에 나선 충북도교육청은 ‘학교측의 조직적 은폐의도를 찾을 수 없다’며 생활부장 교사에게 주의, 경고를 포함한 행정처분 만을 내린것으로 알려졌다.

도교육청이 밝힌 처분 근거는 해당학교가 사건 발생 전 체계적인 생활지도를 진행하고 있었고 당시 사건 발생 후 원만하게 후속처리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또 해당교사에 대한 징계를 내리기에는 처벌기준이 명확치 않고 당시 현장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만 묻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또 부검결과 밝혀진 한차례의 우연한 폭행이 아닌 수차례의 고의적 폭행이 가해졌다는 사실에 대해서 사건 당시 현장에 없었던 직원이 경위서를 작성해 어쩔 수 없었다는 애매한 답변을 늘어놓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축소 보고에 대한 책임은 인정하지만 은폐 시도는 없었던 것으로 판단, 업무 소홀을 근거로 들어 행정처분만을 명하게 됐다”며 “징계를 받게 되는 교육공무원은 향후 진급과 생활에 타격이 크다”고 해명했다.

해당학교 측도 도교육청과 같은 입장이다. 교육청으로부터 면밀하게 감찰을 받았고 사건의 축소나 은폐의혹을 강하게 부정했다.

해당학교 관계자는 “애초 은폐, 축소 의도는 없었고 경위서를 통해 폭행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보고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두고 학교폭력의 가해 학생만을 처벌할 것이 아니고 책임자 또한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학부모 오모(44) 씨는 “학교폭력을 은폐하는 교사에 대해 강력히 징계를 해야 하는데 교육청의 처분을 이해 할 수 없다”며 “상황이 발생해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떠넘기기에 급급한 교육계의 안이한 태도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여기에 ‘제 식구 감싸기’로 대변되는 교육당국의 온정주의가 오히려 학교 폭력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한 교육계 인사는 이번 해당학교 처분에 대해 “교육당국의 만연해 있는 직무유기와 제식구 감싸기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비난하며 “경징계가 아닌 중징계 처분이 이뤄져야 두번다시 이같은 학교폭력 은폐 시도가 없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현행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는 학교장 업무수행 평가 시 학교폭력 빈도를 반영하지 않도록 돼 있을 뿐더러 학교폭력 사건을 은폐·축소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도 규정돼 있지 않아 일부에서 이같은 행위가 계속 이어져 왔다.

이에 정부는 학교폭력을 은폐하다 적발된 교직원은 금품수수, 성적조작, 성범죄, 폭력 등 4대 비위 수준으로 강도 높게 징계 한다는 방침을 지난 6일 밝힌바 있다.

김용언 기자 whenikis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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