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 vs 3만’. ‘3119억 vs 2859억 원’

대전시 서구의 인구는 50만 명인 반면 충남 청양의 인구는 3만 명, 연간 재정규모는 서구가 3119억 원인 반면 청양군은 2859억 원이다.

이처럼 인구와 행정수요를 고려하지 않는 행정체계 및 지방재정 구조가 특·광역시 자치구를 허울뿐인 자치단체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12면

각종 행정수요 지표 등에서 현격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는 일선 자치구와 시·군의 재정규모가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7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대전 서구와 충남 청양군의 인구는 각각 49만 8424명과 3만 2228명으로 집계됐다. 서구의 면적은 95㎢, 도로 총연장은 462㎞이다. 청양군은 면적 479㎢, 도로 총연장 362㎞를 기록했다. 서구와 청양군의 공무원 수는 각 860명과 530명 수준으로 확인됐다. 공무원 1인당 주민 수는 서구가 578명인 반면, 청양군은 61명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인구와 각종 행정수요 등에서 현저한 격차를 보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양 지자체의 재정규모는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 서구의 올해 일반회계 기준 예산은 3119억 원이며 청양군은 2859억 원이다. 차액은 불과 260억 수준.

서구의 사회복지비는 1692억 원으로 전체예산 대비 54%를 점유하고 있다. 앉은자리에서 가용재원이 반 토막 나는 셈이다.

반면 청양군의 사회복지예산은 350억 원으로 예산대비 12% 수준이다. 이를 감안하면 사실상 가용재원은 청양군이 서구를 압도하는 셈이다. 특히 재정 불균형의 근본 원인은 보통교부세의 지급여부에서 비롯된다.

광역자치단체 내 시·군은 인구 및 각종 행정규모에 따라 연간 수 천 억 원의 보통교부세를 받는다. 청양군도 올해 1200억 원의 보통교부세를 행정안전부로부터 지원받는다. 보통교부세는 정부가 각 지자체의 기준재정수요액 가운데 부족한 금액을 지원하는 것으로 용도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특·광역시 내 자치구 입장에서 보통교부세는 언감생심이다. 행안부가 자치구를 배제하고 특·광역시를 기준으로 보통교부세를 배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치구는 특·광역시를 거치지 않고 직접 보통교부세를 지급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또 충남도는 도세의 25~30%를 16개 시·군에 인구 및 행정수요 등을 통해 산출한 배분율에 따라 지급한다. 이에 따라 청양군은 올해 재정보전금 25억~30억 원을 추가로 지급받게 된다.

반면 대전시는 시세가 아닌 취득세의 56%를 배분율에 따라 5개 자치구에 지원한다. 그나마 취득세는 해마다 들쭉날쭉, 일선 자치구는 재정운용에 애를 태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부동산 거래에 따라 발생하는 취득세의 특성상 경기(景氣)에 따라 금액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치구의 자치수준이 인사자치에만 국한돼 있다는 자조섞인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자치구는 재정, 지위 등에서 애매한 위치에 놓인 것 같다”면서 “(중앙에서도) 자치구를 애물단지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는 인상을 많이 받는다”고 토로했다.

서희철 기자 seeker@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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