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복 찢기 등 학교폭력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최근 지역 중·고등학교 졸업식장에 경찰이 대거 배치돼 예전과는 다른 새로운 풍속도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일 대전 동구 비룡동 동신고 정문 앞에서 경찰관들이 순찰하고 있는 모습. 허만진 기자 hmj1985@cctoday.co.kr  
 

지난 7일 오전 10시 대전 서구의 한 남녀공학 고등학교. 자녀나 친지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학교를 찾은 방문객들은 주차장부터 행사장 곳곳에 배치된 경찰들로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조카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학교를 방문한 조 모(42) 씨는 "학교 졸업식이 아니라 무슨 조폭 행사장 같은 분위기였다"며 "학생들의 일탈은 막을 수 있겠지만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이별의 정을 나누는 졸업식에는 어울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최근 지역 중·고등학교 졸업식 행사장에 경찰이 대거 배치, 예전과는 다른 새로운 풍속도를 보이고 있다. 교육당국과 경찰은 그동안 중·고교 졸업식 행사 당일 밀가루 투척과 교복 찢기 등 학생들의 일탈이 도를 넘었고, 학교폭력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설명하지만 학생과 학부모를 비롯 교사들까지도 신성한 학교에 경찰이 상주해야 하는 현실에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8일 대전시교육청, 대전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 관내 56개의 중·고등학교 졸업식이 진행됐다. 경찰은 학교폭력과 과도한 졸업식 뒤풀이에 대한 우려로 올해 졸업식에 관할 경찰서 및 지구대, 내근 직원까지 총동원해 학교 졸업식 행사장에 배치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학교폭력과 막장 졸업식을 사전에 예방하고, 학생 및 학부모들에게 당국의 의지를 밝히기 위한 선언적 의미로 경찰을 배치했지만 씁쓸한 마음이 앞선다"며 "공권력은 최후에 동원돼야 한다는 점에서 학생 스스로 아름다운 졸업식으로 이어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잘못된 졸업식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이 일선 학교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실제 대전둔산여고는 오명성 교장을 중심으로 '학생이 주인이 되는 행사, 모두가 축하받고, 축하해주는 우리들의 졸업식'이란 주제로 이색졸업식을 이날 가졌다.

우선 총동창회의 도움을 얻어 교훈인 '인·의·지'를 상징하는 졸업복과 모자를 마련해 착용, 학교에 대한 긍지를 심어주는 동시에 학생들의 일탈을 사전에 차단했다.

또 대전장대중학교도 '선생님에게 사랑을(To sir, with Love)',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며,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졸업식'이란 주제를 갖고, 졸업식을 1·2부로 나눠 진행했다. 이번 행사를 위해 앞서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선생들의 캐리커처와 졸업 축하 메시지, 현수막 등을 통해 배움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고, 교장이 230명의 학생 모두와 일일이 악수하며, 꿈을 이룰 것을 당부했다.

김병천 장대중 교장은 "그동안의 졸업식을 보면 성적이 우수한 학생 몇몇을 위한 행사에 그쳤다"면서 "학생 하나하나가 모두 인생의 주인공으로 앞으로의 꿈과 희망을 전하는 뜻 깊은 행사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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