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학교폭력의 핵심인 폭력서클 ‘일진회’를 소탕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으나 실효성엔 의문이다. 경찰청은 8일 학교별 일진회 현황에 대한 첩보수집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전국 일선 경찰서에 하달했다.

이를두고 일각에서는 경찰의 대책이 불과 몇년전 ‘학교폭력과의 전쟁’ 이후 방치됐던 일진회를 학교 폭력 문제 대안카드로 제시하는데 급급,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 충북경찰은 8일 현재 지역 내 중·고교 등을 대상으로 학교별 일진회 현황과 가입 학생 들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데 여념이 없다.

경찰은 전 학교별로 담당 형사를 지정해 일진회의 실질적인 해체를 유도 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일진회 구성원을 상대로 ‘자진탈퇴서’를 보복 폭행 사건이나 재범의 경우 ‘재발 방지 다짐서’ 등을 받아내기로 하는 등 동분서주 하고 있다.

학교폭력 저연령화에 따라 중학교에서 조직이 왕성한 것은 물론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이미 조직원으로 키워지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 학교 단위별로 파악중이나 여의치 않다. 또 수사경과 부서의 힘을 빌려 실태파악에 나서고 있지만 성과가 없어 시작과 동시에 개점휴업 상태에 봉착했다.

더불어 진행하고 있는 경찰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정보수집 또한 지지부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인해 개학과 함께 피해 사례 등을 직접 취합 해봐야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것이 경찰관계자의 전언이다. 한 경찰은 “전국 중·고교의 90% 이상, 초등학교의 30% 이상에 학교 폭력조직 일진회가 있다는데 도무지 찾을 길이 없다”고 푸념을 늘어놨다.

하지만 일선 학교 학생들이 느끼는 일진의 존재감은 경찰과는 확연히 달랐다. 충북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서 만난 최모(15) 군은 청주 한 중학교 일진 출신이다.

최 군은 “선생님이 심부름을 시키면 투덜거리는 애들도 내가 시키면 두말 없이 따랐다” 라며 “매년 새로운 학기가 되면 덩치가 큰 애들을 중심으로 서클 가입을 권유한다”고 귀띰했다. 최 군 또한 중학교 입학 당시 친구들에 비해 큰 덩치로 선배들의 가입 권유를 받았고 결국 일진이 됐다.

최 군의 전언처럼 현재 청주 시내 각 학교에는 짧게는 10년 안팎, 길게는 그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폭력서클 즉 일진회가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예전처럼 거대 조직망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지난 2000년대 이후로는 여러 학교의 일진들이 지역연합을 구성하고, 지역연합들이 모여 광역화하는 양상으로 탈바꿈했다. 이처럼 각 학교에 여전히 남아 있는 일진 세력은 학생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말을 듣지 않거나 자신들에게 불리한 소문을 낸 후배를 불러내 집단 폭행하는 ‘고전적’ 방식에서 최근에는 세력을 과시하기 위해 폭행과정에서 옷을 벗겨 입에 물리게 하거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등 폭력 수위 또한 날로 흉포화 되고 있다. 경찰의 일진세력 척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4년 학교폭력 예방법 제정의 단초를 제공한 부산에서 발생한 학교 폭력 피해학생의 가해학생 살해 사건 당시 경찰은 대대적인 일진회 정리를 시도했다.

충북지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충북경찰은 당시 청주권 중학교 일진연합회의 서열 결정 싸움, 학교선배 또는 여학생이 후배 남학생을 야구배트로 치기, 표강매 등을 지시한 청주 지역 250여 명의 일진회를 정리했고 해체시켰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과 몇달 뒤 일진회 폭력 사건이 발생했고 이를 두고 경찰의 행동이 미봉책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이처럼 이번 역시 학교폭력이라는 시한폭탄이 터질 때마다 발표되는 땜질식 단기처방이 아니겠느냐는 것이 학부모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충북청소년폭력예방재단 박인배 부본부장은 “정책 당국자들은 땜질식 단기처방을 내놓을 게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학교에 꾸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라며 “경찰 또한 사후 처벌에만 몰두하지 말고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처신해야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언 기자 wheniki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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