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필요한 생활비도 없는데 결혼 예물(禮物)이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대전시 동구 삼성동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오 모(51) 씨는 최근 결혼 예물과 아이 돌반지 등 고이 간직해 오던 귀금속을 모두 처분했다.

오 씨는 “불경기로 적자가 계속되면서 가게 운영이 어려워 임대료 내기도 버겁다”며 “생활고로 어쩔 수 없이 아이들에게 물려주려 했던 패물(佩物)을 정리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동구의 한 전통시장에서 야채상을 운영하는 최 모(55·여) 씨도 금값이 오르고 있다는 소식에 서둘러 결혼 예물과 아이 돌반지 등을 모아 금은방을 찾았다.

최 씨가 손에 쥔 돈은 100만 원 남짓했지만 막내딸의 대학 입학을 앞두고 등록금을 마련하고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생활비 마련을 위해 금반지와 금목걸이, 돌 반지는 물론 결혼예물과 회사에서 받은 기념 금메달에 이르기까지 각종 귀금속을 팔려는 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귀금속을 팔려는 사람이 늘어난 것은 경기불황으로 생활고를 겪는 서민들이 급증하는데다 국내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4일 귀금속 업계에 따르면 금을 팔 때 가격은 순금 3.75g에 14만 3000원(한국금거래소 기준)으로, 도매가격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실제 지역 귀금속 판매업체 관계자들은 “금을 팔려는 사람이 지난해보다 30% 정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동구 성남동 소재의 A금은방의 경우 애지중지 간직하던 결혼식 패물 등 귀금속을 팔기 위해 찾아오는 서민들이 하루평균 20명 정도에 이르고 있다.

A금은방 사장은 “최근 한 달 새 금반지, 금목걸이 등을 팔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이 2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금은방에 금을 들고 오는 사람들은 자녀 등록금 마련이나 임대료 마련 등 돈이 절실한 환경에 놓인 서민들이 대부분”이라며 “돌 반지는 물론 예물과 같은 의미 있는 귀금속을 갖고 와 내다 파는 형국”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원금손실을 뻔히 알면서도 생활고 때문에 장기간 납입해 왔던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서민들도 있다.

직장인 이 모(37) 씨는 3년 전 종신보험에 가입한 후 매달 보험금을 납입해오다 최근 회사의 부도로 임금을 받지 못해 결국 보험을 해약했다.

이 씨는 “생활비 마련도 어려워 보험료 낼 처지가 못된다”라며 “해지에 따른 환급금이 원금에 못 미친다는 것을 알면서도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권순재 기자 ksj2pro@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