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 하나로저축은행이 굴곡 많았던 40여년 세월에 마침표를 찍게됐다. 지역의 향토저축은행으로서 도민들 곁에서 오랜 시간 자리해 왔던 하나로저축은행은 그동안 대주주 전횡으로 인한 경영상태 악화로 몸살을 앓아오다 지난해 저축은행중앙회 인수와 함께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 저축은행중앙회의 매각결정에 따라 소유권이 아주캐피탈로 넘어가면서 사실상 하나로저축은행의 정통성은 막을 내리게 됐다.

◆하나로저축은행→아주저축은행으로

5일 하나로저축은행에 따르면 최근 주주총회를 열어 '아주저축은행'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오화경 현 아주캐피탈 영업총괄 부사장을 아주저축은행 대표로 선임했다. 아주그룹 금융계열사로 편입된 아주저축은행은 현재 청주 4개, 충주 1개, 서울 삼성동 등 총 6곳에 지점이 있으며, 오는 3월 서울 3개, 경기 1개 등 수도권 4개 지점을 신규로 개점하며 공식 출범식을 가질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저축은행중앙회는 이사회를 열고, 하나로저축은행 지분 91.9%의 매각을 결정했다. 이에 인수의사를 밝혀 온 아주캐피탈도 같은 날 임시총회를 열고, 800억 원에 하나로저축은행을 인수키로 했다.

◆말 많고 탈 많았던 40여년 세월

하나로저축은행은 지난 1972년 충북서울무진㈜으로 설립돼 1973년 서울상호신용금고로 상호를 변경했다. 이후 2000년 6월 청주상호신용금고와 합병, 2002년 지금의 하나로상호저축은행으로 상호를 바꿨다. 하나로은행의 전신인 동양상호신용금고의 주주인 이만석(사망) 씨는 부인이 운영하던 병원 경영이 어려워지자 불법대출을 해줬다. 이후 덕일건설 정홍희 대표가 하나로저축은행을 인수했지만 2002년 10월 주택건설촉진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2년6월에 벌금 15억 원을 선고받았다. 2006년 9월 2대주주였던 송영휘 씨도 타인명의로 1000억 원대의 불법대출을 받은 혐의로 서울지검에 구속됐다. 당시 570여억 원이 은행에서 갑자기 빠져 나가면서 은행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 차종철 회장이 지난 2007년 2월 하나로저축은행을 인수했지만 전 대주주의 불법대출로 인한 손실 때문에 최근까지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불법대출, 동일인 한도초과 대출, 적자배당 및 고배당 강행 등 과거 대주주 사금고화에 따른 각종 파행운영이 하나로저축은행의 부실로 이어진 셈이다. 이런 가운데 공적자금이 투입된 저축은행중앙회의 하나로저축은행 인수는 지역민들에게는 매우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저축은행중앙회가 인수한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아주캐피탈에 매각되면서 사실상 하나로저축은행은 그 상호와 함께 사라지게 됐다.

◆향토저축은행 정통성 막 내려

캐피탈 업계 2위의 아주캐피탈이 하나로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지역민들의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지역향토저축은행임을 자부해 온 정통성은 이번 아주캐피탈의 매각으로 사라지게 됐다. 그동안 지역 테두리 안에서 이뤄졌던 하나로저축은행의 인수합병과 달리 전국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장중인 아주캐피탈로의 매각은 그 성격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아주캐피탈의 경우 구체적인 사업방침을 밝히고 있진 않지만, 한정된 지역 내 사업보다는 하나로저축은행의 가장 큰 장점인 지역 외 영업망 확장에 대한 부분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일각에서는 '지역 홀대론'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아주캐피탈은 다음달 서울과 경기지역에 수도권 4개 지점 개점을 시작으로 공식 출범을 계획하고 있다.

역외권 영업에만 치중하고 있음을 방증하듯 최근 청주 흥덕구 사창동 하나로저축은행 본점에서 열렸던 새임원진을 선출하는 주주총회에도 아주캐피탈 측 관계자는 단 한명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인수 후 본점에서 열린 첫 주주총회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지점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새 임원진 교체 등 모든 사안이 이뤄졌다는 것은 지역 내 영업은 후순위로 생각하는 게 아니겠냐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지역의 한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엄연히 본점이 청주에 있음에도 신임 행장 등 임원진 교체와 모든 은행 운영의 전반적인 사항이 서울지점에서 이뤄진 것은 지역 내 영업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하나로저축은행에서 지역 내 도민들을 위해 제공했던 저리의 대출상품 등 지역향토은행으로서의 역할을 아주저축은행에 기대하기는 힘들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정현 기자 cooldog7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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