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부산을 잇는 경부선철도는 한국경제의 미래인 동시에 대전발전의 새로운 희망이다.

그러나 이제 도시를 반으로 나눈 채 없어진 '철길', '조차장', '터널' 등으로 대변되는 대전 대덕구 신대동 신대터널에서 오정동 한남육교 구간은 '단절과 낙후'로 도심속 흉물로 변했다.

특히 오는 2010년까지 계획된 경부고속철도 대전 도심 2단계 지상화사업 구간인 대덕구 오정동에서 동구 판암동까지의 6.7㎞ 구간에 대한 대대적인 철도변 정비 사업은 오히려 대덕구 신대동과 읍내동일대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오는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발전의 상징에서 도심 속 흉물로

경부고속철은 남과 북을 이어주는 통일의 가교이자 한국이 유라시아 대륙을 호령하는 미래에 대한 도전으로 조명 받았다.

그러나 그 빛의 이면에는 그림자도 공존하고 있었다.

경부고속철의 도심통과구간인 대전 대덕구 신대동 신대터널에서 오정동 한남육교 간 4.2㎞ 구간이 바로 그곳이다.

경부선 철길이 변경되고, 새롭게 경부고속철이 등장하는 가운데 사용하지 않는 옛 철길과 주변 일대는 각종 개발규제와 경제적 낙후성을 탈피하지 못한 채 수십 년간 고통 속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도변 주변에 위치한 읍내동 1629가구와 오정동 일대 2128가구에 거주하는 1만 835명의 주민들은 아직도 고속철의 심한 소음과 진동으로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

이 일대를 가로지르는 철길과 성냥갑 모양의 낡은 아파트 단지들은 이 일대를 방문하는 낯선 손님들마저 발길을 돌리게 만들고 있다.

특히 수십 년간 이어진 경부선이 일부 변경되면서 사용하지 않은 옛 철도변은 고물로 변해버린 철길과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터널, 낡은 지붕으로 겨우 바람과 비를 막는 오래된 집들이 밀집되면서 대전의 대표적인 슬럼가로 변해가고 있다.

주민 최화섭 씨는 "고속철이 신설됐지만 이 일대는 동쪽과 서쪽을 잇는 보도 및 차도가 없어 통행이 불편하고, 고속철은 물론 기존 열차가 지나갈 때마다 나는 진동과 소음으로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불만을 호소했다.

또 박금분 씨도 "진동과 소음으로 거주는커녕 전·월세 계약도 어려워 주택소유자들의 경제적 피해가 크다"며 "인접한 동구에 비해 철도변 정비사업이 너무 소홀해 주민들 원성이 높다"고 말했다.

   

◆고속철 주변 재정비 사업에서도 제외

   
대전 대덕구 신대동 신대터널에서 오정동 한남육교 간 4.2㎞ 구간의 비극은 지난 90년대로 올라간다.

정부는 당초 경부고속철 지하화에서 지상화로 계획을 변경했지만 지난 1992년에서 2004년까지 진행한 '경부고속철 주변 재정비 사업 1단계 완료'라는 잘못된 판단을 내리면서 가장 낙후되고, 재개발 촉진 지역이 철도변 정비사업 완료구간으로 둔갑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결정된 경부고속철 2단계 사업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대부분 미정비된 이 일대 주민들은 철도소음, 진동, 분진에 의한 환경피해와 함께 동·서 간 단절된 통로로 경제적·정신적 피해 등 이중·삼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철도 경계선으로부터 30m 이내에 위치한 주택가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수십 년간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으면서 지역 내 가장 낙후된 지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이에 대해 대덕구 관계자는 "경부고속철 도심 통과구간에 대한 정비사업이 처음부터 단계구분 없이 추진됐고, 지난 2003년 시를 통해 철도변 정비사업 대상지에 대해 건의했지만 철도시설공단은 2004년 4월 일부 측면도로(1.3㎞, 폭 10m)를 개설했다는 명목으로 '이 일대에 대한 정비사업이 완료됐다'는 억지성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대덕구 읍내동에서 오정동 일대가 슬럼화 되는 것에 대해 지역 내 전문가들은 지난 1992년부터 진행됐던 정부의 경부고속철 대전도심 1단계 정비사업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대덕구 회덕주민자치센터 뒤에 위치한 입체교차시설의 개량과 함께 대화동과 중리동 사이에 대전조차장 부지의 지상공간에 복합 녹지공간을 조성하고, 과선교를 설치, 동·서 간 도로 개통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전조차장 주변의 폐경부선 철도교량에 대한 철거 및 신설과 측면도로 개설이 필요하며, 고속철 통과구간에 대한 소음·분진·진동을 막을 수 있는 완충녹지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 주민들의 공통된 요구사항이다.

대덕구 관계자는 "이미 확정된 2단계 철도변 정비사업에 이 일대에 대한 정비사업을 추가 반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새롭게 사업계획서를 국토해양부와 철도시설공단에 제출, 정부 시책사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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