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8대 총선에 출마했던 A 씨는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전 이명박(MB) 대통령 후보 상임특별보좌역’을 주요 이력으로 등록했다.

2012년 4·11 총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A 씨의 이력에는 MB와 관련된 사안이 빠졌다. 그는 대신 유권자들을 만날 때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인연을 강조한다.

4년 전 이명박 정부 출범 과정의 역할을 내세우면서 MB와 함께 찍은 사진을 구하려고 애쓰던 후보들이 4·11 총선을 앞두고는 ‘MB 이력 지우기’에 여념이 없다. 이 같은 현상은 MB 정부에게 직접적인 ‘수혜’를 받은 인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대선 당시의 공을 인정받아 정부 산하기관에 몸은 담았던 소위 ‘친이계’의 이력에서도 MB와 관련된 문구를 찾아보기 힘들다.

얼마 전까지 정부 산하 기관에 있었으며 한나라당 소속으로 이번 총선 출마를 선언한 충남지역의 한 인사 측은 “MB에 대한 정서가 좋지 않은데 굳이 MB를 연상케 하는 이력을 넣을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2일 현재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등록된 한나라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29명(대전 13명·충남 16명)의 이력 가운데 ‘이명박’ 또는 ‘이명박 정부’와 관련된 문구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MB 문구가 사라진 자리에는 대부분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얼굴로 채워지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후보 중에는 박 비대위원장의 지지모임인 ‘국민희망포럼’의 지부 성격인 ‘○○희망포럼’의 직함을 주요 이력으로 넣은 사례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또 한나라당 후보 캠프에선 4년 전 MB와의 사진을 구했듯, 박 비대위원장과의 사진을 구하느라 애를 태우고 있다.

반면,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들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소중한 이력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노무현재단과 관련된 직함이나 참여정부 당시의 이력을 걸개그림이나 명함 등에 빼놓지 않고 기입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과 친분이 없는 후보들은 한명숙 대표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사진을 놓고 고민하기도 한다.

일부 후보들은 시민사회단체 활동 경력을 앞세워 정치색을 최대한 배제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선관위 홈페이지에 등록된 민주통합당 소속 예비후보 44명(대전 21명·충남 23명) 중 노 전 대통령이나 참여정부의 경력을 내세운 인사는 6명 가량인 것으로 집계됐다.

여론조사 관계자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일종의 인기 정치인 마케팅이며, 실제로 다소나마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라며 “당내 예비경선(컷오프)이나 본 선거에서 대표 경력은 상당히 중요한 만큼 후보자들의 인기 정치인 마케팅은 더욱 가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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