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교육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반값 등록금 논란이 새해 첫달부터 국공립대 기성회비 문제로 옮겨붙고 있다. 국공립대가 법적 근거 없이 받아온 기성회비를 학생에게 반환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을 계기로 교육과학기술부는 국공립대에 기성회비 인하에 노력해 달라고 당부하고 나섰고 대학생들은 학교를 상대로 관련 소송을 확대할 계획이다. 기성회비를 반환하면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 국공립대들은 대응 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 지난해 교육계에서 핫이슈였던 반값 등록금 논란이 새해엔 국공립대 기성회비 문제로 옮겨붙었다.사진은 지난해 6월 청주 철당간 광장에서 열린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촛불문화제 모습.이덕희 기자 withcrew@cctoday.co.kr

△"국·공립대 기성회비 학생에 돌려줘야" 법원 1심 판결 =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는 전국 8개 국공립대 학생 4219명이 각 대학 기성회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에서 "각 대학 기성회는 학생들에게 1인당 10만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기성회비는 규약에 근거해 회원들이 내는 자율적인 회비로 법령상 등록금에 포함되는 수업료, 입학금과는 성격과 취지가 다르다"며 "고등교육법과 규칙'훈령만으로는 학생들이 기성회비를 직접 납부할 법령상 의무를 진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각 대학이 징수한 기성회비는 부당이득이므로 학생들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며 "국립대들이 학칙으로 기성회비 징수를 규정한 것은 학칙 제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 경북대, 전남대, 부산대, 경상대, 공주대, 공주교대, 창원대 등 8개 국공립대 학생들은 2010년 "기성회비 징수에 법적 근거가 없고 본래 목적인 교육시설 확충이 아닌 교직원 급여 보조 등으로 사용했다"며 1인당 10만원씩의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을 냈다.

△국공립대 기성회비 반환판결 대학가로 확산, 파장 불가피 = 서울중앙지법의 '국·공립대 기성회비 반환 판결'이 몰고 올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1인당 10만 원씩 지급판결을 얻어 낸 학생들은 향후 집단 소송을 통해 청구금액과 인원을 확대할 방침인 반면 대학들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이어질 경우 재정 파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지역 국공립대들도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집단 소송 참여의 뜻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지난해 반값 등록금에 이어 대학가의 새로운 핫이슈로 등장했다.

대학들의 우려대로 1심 판결이 최종심까지 유지될 경우 졸업한 지 10년이 넘지 않은 졸업생들에게까지 기성회비를 돌려줘야 한다.

이들 대학이 상급심에서 '기성회비 징수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법원의 판단을 뒤집을 근거를 대지 못한다면 소송에 참여한 부산대·서울대 등 8개대 학생들이 소속된 대학에서 모두 13조 2520억 원을 돌려줘야 한다는 추산이 나온다.

부산대·부경대·창원대·경상대 등 부산·경남지역의 8개 국·공립대가 모두 소송에 참여한다면 이들 대학이 학생들에게 돌려줘야 할 기성회비 총액만 1조 원을 쉽게 넘게 된다.

이후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국공립대까지 참여할 경우 학생들에게 돌려줘야할 기성회비 총액은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근거마련 vs 대학들 기성회비 걷지 못하면 운영 불가 = 학생들은 이번 판결을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근거가 마련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공립대학 등록금 중 85%가 기성회비인 현실을 감안하면 현재 각 대학별로 올해 5%선으로 잡고 있는 등록금 인하율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지역 한 국립대 학생측은 "이번 판결을 바탕으로 학교 측에 등록금심의위원회 재개최를 요구할 명문이 생겼다”며 “이번 1학기부터 기성회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 현재 5%대에 머물고 있는 등록금 인하를 얻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학에서도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예산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기성회비를 걷지 못하면 재정 운영이 불가한 상황에서 당장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등록기간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교육부도 소송 대리인과 대책을 협의하는 등 법률자문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31일 국공립대 관계자들을 불러 머리를 맞대기로 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홍표 기자 dream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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