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6일 화재로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된 충남 당진시 합덕읍의 주택화재 현장은 당시의 참혹함을 알 수 있을 만큼 폐허로 변해있었다. 고형석 기자  
 

지난 26일 충남 당진시 합덕읍에서 노부부를 포함해 일가족 5명이 화재로 숨진 사건과 관련, 경찰이 이를 숨진 아들 A(46) 씨가 저지른 타살로 볼 수 있는 정황이 발견됐다는 수사결과를 내놓았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30일 찾은 현장은 당시의 참혹함을 엿볼 수 있을 만큼 끔찍했다.

경찰이 수사를 위해 쳐놓은 경찰통제선(폴리스라인) 안쪽으로는 각종 가재도구와 노부부의 이름이 쓰여 있는 농기계, 숨진 손자 B(9) 군의 것으로 보이는 동화책 등이 불에 탄 채 아무렇게나 굴러다녔다. 또 집 밖에는 노부부가 키우던 강아지 3마리와 타살 용의자로 의심받고 있는 숨진 아들의 검은색 승용차 만이 덩그러니 서 있었다.

이웃으로 지내던 노부부와 일가족이 한꺼번에 숨진 충격 탓인지 마을을 찾았을 때 주민들은 극도로 외부사람을 경계했고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라는 흉흉한 소문은 이미 마을에 퍼져있었다.

화재 당시 방화 가능성과 일가족이 유독가스로 인한 질식사로 추정되는 등 각종 추측이 난무했던 것과 달리, 마을 사람들은 노부부 가족의 가정환경을 설명하며 사건에 대해 조심스레 입을 뗐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한 주민은 “불이 나고 일가족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냥 사고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노부부는 마을에서도 자신의 통장에 수억을 모아놨다는 말을 자주 했고, 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아들은 재혼했고 며느리가 데려온 큰 손자는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해 다른 도시에서 학교를 다니는 등 그 집(노부부) 자식들의 환경이 그리 좋지 않다고 들었다”며 “술이라도 한잔 하는 날에는 자식 부부가 자주 다퉈 걱정이 많다고 했던 걸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일부 주민들은 가정환경이 좋지는 않았지만, 소문이 사실이라면 무언가 사연이 있을 거라고도 했다.

한 주민은 “아들 A 씨가 어린 시절부터 이 마을에서 자라서 오랫동안 봐왔지만, 소문처럼 그럴 사람은 아니다”라며 “재혼을 해서도 농사철이 되면 일주일에 한 번은 꼬박꼬박 내려와 노부부의 농사일을 도왔다”고 밝혔다. 또 다른 주민은 “아들은 청각장애가 있는 노부부 걱정을 자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사건이 났을 때도 아들 가족은 백내장 수술을 받은 아버지의 병간호를 위해 집에 왔다고 들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충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번 사건에 대해 국과수의 1차 구두소견 결과, 변사자 중 노부부 2명에게서 목 부위에 흉기로 찔린 흔적이 발견됐으며 손자 B 군은 전선으로 목이 감겨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진=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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