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학교의 학생생활지도가 기피업무 ‘1순위’가 되고 있다. 왕따·폭행 등 학생들의 폭력문제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에다 학생인권조례 등 교사들의 학생생활지도가 한계에 봉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생활지도를 담당하는 교사들에게는 인센티브가 주어져야함에도 불구하고 ‘교원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아 강제 연수대상이 되기도 하는 등 학생지도 업무가 이래저래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청주시 흥덕구의 한 고등학교. 대부분의 학교가 그렇지만 이 학교 역시 새 학기부터 학생생활지도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4명의 생활지도 교사중 더 이상 학생 지도를 맡지 못하겠다는 교사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교사들의 이같은 하소연은 잇따르는 학교폭력과 함께 교권실추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문제학생들의 경우 때려보라며 동영상을 촬영하는 등 교권이 추락한 현실에서 생활지도 업무라는 것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표가 나지도 않고, 그나마 잘해야 ‘본전’이니 이같은 기피현상을 부르고 있다”며 “더구나 학생생활지도 교사들은 업무 성격상 교원평가 만족도 점수에서 불이익을 받기가 일쑤다. 교원평가가 대부분 교사 인기투표 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두발과 복장 단속을 하고 학생들에게 늘 잔소리를 해야하는 생활지도 교사들은 교원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실제 학교현장에서는 생활지도 교사들에 대해 ‘교원평가때 두고보자’는 식의 학생 협박(?)이 비일비재하다는 지적이다. 학생생활지도 교사들은 학생의 만족도 평가 점수에서 최저 점수를 받아 강제연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청주시 운천동의 한 학부모는 “일선 학교에서 교사들의 학생생활지도 기피현상이 확산된다면 이는 교육의 붕괴 조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학생 생활지도가 너무 힘들어 무력감에 빠지거나 자긍심을 상실하는 경우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기를 기대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생활지도를 못할 경우 교실내 왕따와 폭력 예방은 둘째치고, 인성교육은 사라지고 말것이라는 지적이다. 충북도교육청 생활지도담당 김돈영 장학관은 “교사들이 학생생활지도를 기피하는 것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생활지도 교사든 담임교사든 학생들을 사실상 통제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보니 이러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또 “학교현장에서는 학생들의 두고보자식 협박도 난무하고 교원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경우 강제연수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 연수대상자의 25%가 생활부장이라는 통계도 있다”고 덧붙였다.

학생생활지도를 맡는다해도 이들 교사들에 대한 인센티브는 전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교장·교감 등이 생활지도교사를 맡아줄 것을 사정사정하고, 또한 대부분 체육교사들이 이를 맡고 있는것 또한 사실이다.

김돈영 장학관은 “학교현장의 어려운 현실을 반영해 학생생활지도를 적극적으로 할수있도록 승진가산점 등 인사상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장학관은 “생활지도 교사가 적극적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가 고민을 듣고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교육청이 앞장서 마련하고 있다”며 “교사들의 열정과 사명감만이 지금의 학교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고 강조했다.

홍순철 기자 david012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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