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이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충북 예비주자들이 지역현안에는 무관심한 반면 얼굴알리기에만 주력하는 등 구태정치를 답습, 비판적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대다수 후보들이 소신을 갖고 정책선거에 나서겠다고 공언해놓고도 정작 청주·청원통합과 학생인권조례 문제 등 지역현안과 관련해서는 꿀먹은 벙어리인양 침묵한 채 여론의 동향만 살피는 형국이다.

이는 지역현안에 대한 장단점을 알면서도 소수단체나 이해관계인들의 반발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무소신 정치인에게 표를 주지말아야한다는 여론이 높다.

26일 현재 충북지역 8개 선거구 예비후보는 모두 34명이다.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기소돼 이날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피선거권이 박탈된 맹정섭(충주) 예비후보를 제외하면 33명이다.

후보들은 등록과 함께 선거사무실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지지도 확보를 위해 온종일 도심 곳곳을 누비며 표밭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지난 설연휴에는 재래시장 장보기행사, 귀성객 맞이 등 표밭다지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대다수 후보들은 물론 현역 국회의원 등 유력 정치인들까지도 얼굴 알리기에만 혈안이 된채 정작 지역현안에는 꿀먹은 벙어리인양 침묵하고 있다.

현재 충북의 주요현안으로는 청주·청원통합과 학생인권조례제정, 충북경제자유구역지정, 국립암센터 분원 등이 꼽히고 있다. 청주·청원 통합 문제는 청주시의 시민협의회 구성이 늦어짐에 따라 잡음이 일었다가 지난 19일 이시종 충북지사, 한범덕 청주시장, 이종윤 청원군수 등이 기자회견을 통해 통합추진을 재 확인시켜줌에 따라 본궤도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앞으로도 험난한 여정은 지속될 것으로 보여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송태영 청주흥덕을, 오성균 청원 예비후보를 제외한 대부분은 두 지역 간 갈등을 의식해 유·불리를 저울질할 뿐 유권자들의 입장표명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중부 4군의 통합 문제도 총선에서의 이슈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각 후보들이 선거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민심흐름만 주시하고 있다.

지역 교육계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학생인권조례제정 문제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충북도교원단체총연합회 5개 교육관련 단체는 26일 도교육청 정문에서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 반대 및 저지를 위한 반대서명운동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충북도민의 동참을 호소했다.

전교조와 진보성향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충북 학생인권조례 운동본부'도 지난달 28일 도교육청에 '학생인권조례안'을 제출하고, 주민 발의에 필요한 도내 유권자 1만 2000여 명(전체 120여만 명의 1/100)의 서명을 받아 조례제정을 요구할 계획이다.

찬반입장을 표명한 시민사회단체만 추진·저지운동에 나설 뿐 목소리를 내는 총선 예비후보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뒤늦게 한나라당 손인석 청주흥덕갑 예비후보가 이날 총선 주자 가운데 처음으로 조례제정 반대입장을 밝혔다.

그는 성명을 통해 "지금 필요한건 학생인권 조례가 아니라 '교권조례'다. 선생님들에게 실질적인 학생지도권이 주어지지 않으면 '사회적 병'이 된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인권조례안에 담겨 있는 체벌 전면금지, 복장·두발 자율화, 교사의 소지품검사 금지, 시위·집회의 자유 등은 독소조항일뿐"이라고 주장했다.

3년째 표류 중인데다, 지정시기가 총선 이후로 미뤄진 충북경제자유구역 지정, 다른 지자체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국립노화연구원, 줄기세포재생연구센터 오송 입주 등 굵직굵직한 사업들이 타지역의 입지 주장과 정치세력의 입김으로 답보상태지만 어느 누구도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주요 현안 등이 당장 표로 연결될만큼 민감한 문제다 보니 선거의 유불리를 따져 현안해결을 위한 비전 제시 등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송재봉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예비후보들이 공직선거법상 유권자와의 정책간담회개최 등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계는 있지만 지역현안과 관련한 개인적인 주장조차 하지 않는 것은 정치적 소신이 있는지를 생각해볼 문제”라면서 “유권자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서라도 예비후보들이 충북발전을 위한 비전제시 등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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