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기준금리 인하정책에도 실제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하는 미미한 수준에 그치며 기준금리 인하폭과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 확충이 다급한 은행들이 대출금리에 각종 명목으로 가산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저금리 기조 속에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도 최저 3%까지 떨어졌지만 이는 대부분 명목상에 그칠뿐, 실제 대출자가 부담하는 이보다 훨씬 높은 실정이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7~5.86%로 수준까지 내렸다.

지난해 10월 최고 금리가 10%를 넘나들던 것에 비하면 5개월도 안돼 절반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실제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 창구를 찾으면 사정은 달라진다.

최근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 했던 A(45·대전시 유성구) 씨는 4% 초반의의 이자를 기대하고 은행에 갔다가 실제 6%가 넘는 금리 적용에 대출을 미루고 발길을 돌렸다.

A 씨는 “다른 대출 기록과 부동산 담보가치의 하락 등을 이유로 기본금리에 가산금리가 2.2%나 더 붙었다”며 “조만간 금리가 더 내릴 수 있다는 소식도 있어 급한 불만 끄고 일단 좀 더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은행들의 실제 대출금리가 떨어지지 않는 것은 지난해 적정 BIS비율 유지와 자금확보에 주력하면서 조달금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기존 대출의 부실화에 대비도 시급한 마당에 기준에 맞춘 금리 적용에 상당한 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기준이 되는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에 통상 1.5~2.0% 수준의 금리가 더해져 산출된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고금리예금과 은행채 발행이 크게 늘며 조달금리는 높아졌지만 최근 CD금리가 2%대로 급락하면서 대출금리가 동반 하락해 수익성이 크게 어려워진 실정이다.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 관계자는 “은행들이 지난해 말 BIS 비율을 맞추기 위해 고금리 상품을 쏟아낸 데다 훈순위채 발행도 크게 늘리면서 자금조달 압박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결국 계속된 유동성 공급에도 일부 단기 금리를 제외하고는 적정 하락폭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은행들은 저금리에 따른 역마진 부담에따라 기존의 대출금리 체계 변경을 통한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어 기존 대출자들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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