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 ‘올 상반기 내 사퇴’ 의사를 표명했던 대전시의회 김남욱 의장이 단 하루 만에 “사퇴시기를 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태도를 바꿨다. <본보 3일자 1면 보도>

사퇴 의사를 의장이 단독으로 결정한 것에 대한 동료 의원들의 항의와 사퇴 시기가 결정된 ‘시한부 의장’의 권위 상실 우려가 입장을 전격 바꾸게 된 배경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3일 “언론에 사퇴 의사 표명에 대한 기사가 나간 후 ‘왜 단독으로 결정하느냐’는 동료 의원들의 항의를 받았다”며 “나를 지지해 준 과반수 이상의 의원들이 사퇴에 동의하지 않는 한 단독으로 사퇴를 결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의장직 사퇴 결정은) 올 상반기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던 김 의장의 입장이 “의원들의 의견을 물은 후 사퇴 여부를 결정하겠다”라는 식으로 변한 것이다.

김 의장은 특히 사퇴 발언에 대해 “동료 의원들이 의회 파행에 대해 누군가 책임질 사람이 필요하다면 내가 포커스가 되겠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김 의장은 또 “상반기 의장직을 그만 둔다거나 3월이나 4월에 사퇴한다고 못 박으면 ‘시한부 의장’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의회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임기를 채우지 않겠다는 소신은 변하지 않았지만 사퇴시기를 못 박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회 일부에서 추진되고 있는 의회정상화를 위한 비대위 구성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으며 현재 의회에 제출돼 있는 의장불신임안은 사문화 됐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불신임안 사문화 이유에 대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김태훈 의원의 판결문을 보면 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게 명백하다"며 "의장이 부정선거의 중심에 서지 않았다는 게 밝혀진 이상 불신임안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의장의 사퇴 관련 발언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의장의 말 바꾸기는 진정성 상실로 이어져 의회를 또 다른 혼란과 불신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김 의장의 사퇴 입장 변화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김 의장이 시의회 장기파행의 도덕적 책임을 지고 3월 임시회가 끝나면 물러나기로 했던 발표를 하루 만에 철회했다”며 “이는 시민들의 의회정상화 요구를 철저하게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참여연대는 "도의적 책임을 통감한다는 김 의장이 책임지지 못하겠다고 발뺌하는 것은 시의회의 불신을 가중시키는 것임을 분명히 한다"며 “(의장은) 자리에 연연해서 더 이상 대전시민을 부끄럽게 하지 말고, 즉각 사퇴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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