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마다 학생폭력 문제를 전담하기위해 설치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가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위원회가 1년동안 1~2회 열리는데 그치고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 또한 봉사명령 등 ‘솜방망이’ 처벌에 머물러 그 역할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학교내 폭력으로 학생이 숨진 사건이 발생한 청주의 한 중학교. 이 학교에서는 지난주 이 사건과 관련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렸지만 폭행에 가담하고 심지어 이를 휴대전화로 촬영한 학생들에게 ‘봉사명령 5일’이라는 가벼운 징계가 내려져 논란이 일었다. ‘봉사명령’이란 학교와 사회복지시설에서 청소 등을 하는 징계로, 집단구타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까지 한 폭력의 심각성에 비춰 너무 가볍다는 지적을 받았다. 상황이 이렇듯 일선 학교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높은 상황이다.

교육정보를 제공하는 교육과학기술부의 공시서비스인 ‘학교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중학교 학폭위 개최 건수는 ‘연 평균 2회’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역이 평균에도 못미치는 위원회가 열리는 상황으로 충북과 강원·전북 등은 1회, 충남·전남·경남 0.5회, 대전 1.5회 등을 기록했다. 위원회 개최 건수가 워낙 적은데다 열린다해도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역시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학폭위의 선도조치 내용을 살펴보면 교내봉사가 39%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사회봉사 17%, 특별교육 17%, 서면사과 8%, 출석정지 8%, 전학조치 6%, 접촉금지 4%, 학급교체 1% 등으로 조사됐다. ‘퇴학’ 등 강력한 제재는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퇴학처분이 능사는 아니지만 사안의 경중을 고려해 처벌수위를 고려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제 구실을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학교측이 학폭위 개최를 꺼리는데 있다는 지적이다. 교과부가 오는 3월부터 학생의 폭력 사실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도록 했지만 학폭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 ‘학생부 기재’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학폭위의 기능은 △피해학생 보호 △가해학생 선도 및 징계 △가해·피해 학생 간 분쟁 조정 등의 역할. 그렇지만 대부분의 학교는 학교 이미지 실추를 이유로 학폭위 개최를 꺼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청주의 한 중학교 학부모는 “학폭위의 구성에 문제점이 많다. 학폭위는 교장을 제외하고 교감·학부모·전문직 등 모두 5~10명으로 구성되지만 보통 교감이 위원장을 맡는 관계로 교장의 영향력하에 놓이게 되는 것이 문제”라며 “학교측은 위원회가 열리면 매일 교육청에 보고를 해야 하는 등 여러가지로 복잡해 학폭위 개최를 꺼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의 상황과는 달리 미국 등 선진국들은 학폭위 운영을 엄격하게 한다”며 “심각하지 않은 싸움에 대해서도 길게는 2주 정도의 정학 조치가 내려지고 심한 경우엔 퇴학이나 강제 전학 징계를 내린다”고 덧붙였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근거를 둔 법적 기구로 지난 2004년 도입돼 운영중이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위원회를 개최하고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에게 각각 필요한 조치를 결정해 교육청에 보고토록 하고 있다.

홍순철 기자 david012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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