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 연휴기간동안의 충청권 귀성객들의 민심은 예상대로 싸늘했다. 선관위 디도스 공격을 비롯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 기성 정치권의 구태정치에 대한 실망과 비판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바닥민심의 화살은 모두 정치권의 몫이었다. 물가와 취업 등 '먹고 사는' 문제가 ‘설밥상’에 올랐고, 오는 4월과 12월 치러지는 총선·대선도 단연 화두였다.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연휴기간은 정국의 향배를 가늠하는 여론의 분출구이자 전환점이었다. 민심이 모이고 표출되는 명절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정치에 대한 관심과 비판이 주를 이뤘다.

여야 할 것없이 모든 정치권의 인적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말로만 민생정치를 외쳐온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불만이 컸고,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청주가 고향인 이모(35·서울) 씨는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서민을 챙기는데 실패한 정부와 정치권이 제대로 정신을 차려야 한다”며 “더 이상 기성정치권을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의 폭로로 불거진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과 관련해 한나라당의 지난 2003년 '차떼기 사건'을 떠올리며 검찰의 철저하고도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특히 '받은 사람은 있고, 준 사람은 없다'식의 수사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제시하며 야당이 요구하는 특검제 도입에 힘을 실어주는 목소리가 높았다.

경기 침체와 살인적인 물가, 취업난 등은 민심의 분노를 불러왔다. 물가와 관련해 농수산물값과 기름값, 전세, 공공요금 등 어느 하나 안 오른게 없다며 정부의 물가정책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김모(42·여·대전) 씨는 “1만 원짜리 갖고 시장에 가서 살 수 있는 게 얼마나 되는지 정부와 정치권은 알아야 한다”며 “서민경제는 바닥으로 내몰린지 오래인데도 철저히 외면해온 탓에 결국 서민경제가 민심이반을 불러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4·11 총선은 20년만에 대선과 같은 해 치러져 어느 총선보다 여야의 총력 대결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관심이 뜨거웠다.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민주통합당호(號)의 선장이 된 한명숙 대표가 벌일 사상 첫 여성 대표간 총선 대결과 ‘정권 심판론’으로 총공세에 들어간 야권에 맞서 한나라당이 수성(守城)에 성공할지에도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나라살림도 어려운 상황에서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당리당략을 앞세워 혼탁선거로 몰고 갈 경우 그 피해는 국민이 모두 떠 안아야 된다는 점을 우려했다. 특히 정당별로 인적쇄신 바람이 부는 탓에 후보자가 난립하면서 후보간 비방 루머 등이 난무할 것으로 보여 정직한 일꾼을 선출하지 못한 채 유권자의 표심이 중앙정치의 무대에 맞춰져 인물보다 정당을 선택, 자질 없는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많았다.

총선을 앞둔 충북 지역구의 경우 여·야 모두 물갈이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변화와 쇄신을 주창하고 있는 한나라당에 대해선 파격적인 물갈이가 없는 한 총선패배는 불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현역 의원들의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있는 민주통합당 역시 다선·고령 의원들의 세대교체와 함께 참신한 인물영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지역정가에 관심이 많은 오모(60·충주) 씨는 “각 정당들이 지역발전을 뒤로한 채 유권자들의 표심만 부채질하거나 공약을 남발하는 후보자는 공천단계에서부터 차단해야 할 것”이라면서 “충북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기성정치인이 아닌 중량급있는 참신한 인물들이 여의도에 입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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