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이 펼친 '민족 대이동'이 끝나고 일상으로 복귀했다. 올해도 설 연휴 귀성 인파가 3100만 명에 이른다. 명절 때마다 '도-농 민심 교류'를 통한 거대한 여론 소용돌이 메커니즘은 국민적인 정치의식 트렌드를 결정하는 주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설 민심잡기에 나섰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다.

설 민심이 정치권에 주는 메시지는 사뭇 엄중하다. 온라인 민심을 보면, 정치권에 대한 냉소적인 반응 그 자체다. 설 연휴 시작 첫날인 21일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전통시장을 찾은 그의 손녀가 온라인 인기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고가(高價)의 외국산 명품 패딩을 손녀에게 입혔다는 이유에서다. '뼛속까지 서민 대통령'이라던 청와대의 얼마전 설명과는 상반된 모습이라는 비판이 쇄도했다.

여당의원들마저 정권 실세의 비리와 민생고 등으로 심각한 민심이반에 직면했다고 토로하고 있다. 정권 출범 당시의 경제 살리기 장밋빛 청사진이 몽땅 폐기되고 말았으니 그에 따른 실망감이 작지 않다.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실업, 가계부채 등 경제위기의 여파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먹고 살기가 힘들어지면 민심 또한 사나워진다. 궁극적으로는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정치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총선(4·11)-대선(12·19)을 한해에 치러야 하는 우리 국민으로서는 어느 때보다도 새로운 열망이 넘쳐흐른다. '새 정치' '새 인물'에 대한 국민적인 기대감은 구태의연한 기성정치에 대한 자성에서부터 나온 것이다. 반면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비리 의혹은 점입가경이다. 정권 실세의 자원외교 부풀리기가 끝내 주가조작 의혹 파문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사건,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 등으로 민심이 흉흉하기만 하다.

한나라당이 '재창당을 뛰어넘는' 변화와 쇄신에 골몰하고 있지만 당내 갈등의 덫으로부터 헤어나지 못하고 있고, 민주통합당 역시 '통합'을 넘어 새 지도부를 출범시켰으나 수권세력으로서의 한계를 노정시키고 있다. 충청권 맹주임을 자임해온 자유선진당 또한 내부 분열에 휩싸인 채 '구시대 정당' 이미지 탈피에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래저래 지역민이 겪는 고뇌는 한층 더 깊어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정치권이 국민 여망에 부응하는 것, 그건 바로 민생현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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