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을 잃고는 대권을 얻을 수 없다”는 정가의 교훈이 4·11 총선을 80여 일 앞두고 다시 여야를 움직이게 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중원’으로 불리는 충청민심을 얻기 위한 싸움이 가열되기 시작했다.

충청민심을 향한 여야의 구애는 단순히 4·11 총선에서 충청권 24개 선거구(대전 6석·충남 10석·충북 8석)의 지리적 승리만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올해 말 열리는 대선에 시선이 집중돼 있다.

충청 출신 중진 A 국회의원은 “충청을 차지하기 위한 거대 여야의 전투는 상당히 치열할 것이다. 중앙당 지도부는 물론 대권 주자들도 충청권에 내려오는 빈도가 어느 때보다 많을 것”이라며 “이 싸움은 299석의 의석 가운데 24석 얻자고 벌이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A 의원은 “이번 총·대선에서 수도권은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 중심의 양당 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수도권에 살고 있는 충청인의 표심이 승부를 가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10~15%가량인 충청인의 민심을 얻어야 총·대선의 최대 격전지가 될 수도권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풀이인 셈이다.

여권의 중진인 B 의원도 “거대 정당인 한나라당이 소수 야당인 자유선진당에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은 이후 한나라당과 충청 기반 정당인 자유선진당의 연대 내지 공조설이 끊임없이 불거졌고, 조각 때에는 ‘충청 총리론’이 여러 차례 흘러나왔다. 총선이 코 앞으로 다가온 최근에는 선진당을 향한 한나라당 측의 물밑 접촉은 더욱 잦아진 것으로 감지되고 있다.

그는 “현재 개혁·쇄신의 바람이 거세지만 영·호남의 표심이 얼마나 흔들릴지는 미지수”라며 “그렇다면 앞선 크고 작은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충청 민심을 미리 확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 1992년 14대 대선에서 민자·민주·자민련 3당 합당으로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 손잡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충청민심을 확보해 대권을 차지했다.

1997년 15대 대선에서는 김종필-김대중의 ‘DJP 연합’이 성사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승리했다. 이어 2002년 16대 대선에서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수도이전 공약’으로 충청민심을 움직여 정권을 잡았다.

이런 가운데 선진당의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도 강하다.

선진당은 여야 거대 정당의 충청 구애는 ‘정치적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영남의 한나라당과 호남의 민주당에 맞설 충청 정당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선진당의 한 의원은 “집에 강아지를 기르다 보면 평소엔 밥 챙겨주고 씻겨줘야 하기 때문에 귀찮지만, 밖에 나갔다 오면 반갑게 맞아주거나 도둑이 들면 짖어 준다”며 “충청민이 억울한 일을 당할 때 누가 대신 항변해 주느냐”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들고 나왔을 때나 과학벨트 논란이 일 때 그나마 앞장서 대항한 것이 선진당이었다”라며 “한나라당은 당시에 입을 다물고 있었고, 민주당은 마지못해 장단이나 맞췄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선진당의 의원은 “선진당이 사라지고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 충청권을 차지할 경우 충청 지역구 의원은 당내 소수파가 된다”며 “그 때가 되면 당론에 밀리고 소수 의견이라고 묻혀 충청의 목소리는 정치권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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