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양대병원 제공  
 

최근 청소년들의 자살이 잇달아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살은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사회적 범죄로까지 규정하며 예방책 마련에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자살예방상담센터 등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갱생 프로그램도 국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또 교육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자살을 막기 위해 학생을 대상으로 주기적인 자살 예방 교육도 전면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죽음의 충동, 자살의 충동을 이겨내는 방법을 건양대병원 정신과 유빈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자살은 고의적으로 자신에게 부과한 죽음

자살은 고의적으로 자신에게 부과한 죽음이다. 자살은 함부로 저지르거나 의미가 없는 행동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에게 심한 고통을 주는 위기나 어려움을 탈출하려는 시도이다. 따라서 자살자는 자신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를 한 번쯤은 시도하게 된다.

◆자살의 원인은

자살의 원인은 크게 사회학적 원인과 심리적 원인, 생리적 원인 등으로 분류된다.

사회학적 원인은 다시 세가지 형태로 구분되는데 첫 번째는 이기적(Egoistic)자살로 개인이 한 사회에 밀접한 관계를 맺지 못해 일어나는 것으로 정신분열증과 우울증 등의 환자에게서 발생하는 자살이 여기에 속한다. 두 번째는 이타적(Altrustic)자살로 개인이 사회에 너무 밀접하게 통합돼 있어 일어나는 것으로 일본의 가미가제 자살이 그 예다. 세 번째 형태는 무통제적·무규범적(Anomic)자살로 경제적 파탄이나 자신의 가치가 붕괴되었을 때 발생하게 되는 자살이다.

심리적 원인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향한 분노가 갑자기 자신에게 화살이 돌아갈 때, 또는 복수, 징벌, 희생 등의 감정에서 비롯되는 것을 말한다.

생리적 원인은 유전적 요인과 뇌기능 이상과 관련해 연구되고 있는 것으로 기분장애 등의 정신과 질환이 자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거의 모든 자살자가 갖는 공통된 감정은 절망감이다. 가족 등 주변 사람으로부터 버림받아 어떠한 희망도 없다고 느낄 때 헤어나기 힘든 절망감을 갖게 된다. 일반적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에게는 부모와 배우자, 자식 등에게서 비롯되는 실망감이 가장 크게 나타난다.

또 많은 자살의 요인 가운데 60~80%는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중요한 원인이다. 이와 관련된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의 15~20% 정도가 자살을 시도하며, 2~3%는 자살로 인해 죽음을 맞게 된다.

그밖에 알콜중독증과 정신분열증, 강박증, 불안장애 등의 정신과적인 문제도 자살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 우울증은 단순히 기분이 우울한 게 아니라 뇌신경전달물질의 조절이상 등 생물학적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정신질환으로 반드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런 경우 치료를 통해 호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남자와 미혼, 사별, 이혼, 30대와 60대 남성, 50대와 60대 여성, 중산층보다는 사회적 지위가 아주 낮거나 높은 사람, 의사, 법관, 음악가 등 전문직 종사자와 무직, 실직자 등이 자살의 위험인자가 높은 것으로 보고있다.

◆자살의 증후는

자살자의 80% 정도는 주위 사람에게 자살의사를 넌지시 표현하거나 직접적으로 밝힘으로써 구조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도 자살이 자살요인의 최선의 해법이 아닌 최후의 탈출구임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위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할 경우에는 간접적으로 자살의사를 밝히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서 지켜보아야 한다. △갑자기 식사량이 크게 줄었다. △말이 없어졌다. △잠을 자지 못한다. △멀리 떠날 사람처럼 아끼던 물건을 남들에게 나누어준다. △늘 불안해하던 사람이 갑자기 조용하고 침작해지는 등 마음의 평정을 찾은 것처럼 보인다. △주위 사람들에게 직접 또는 전화를 걸어 ‘그동안 고마웠다’, ‘잘 지내라’ 등의 말을 한다. △상투적으로 ‘못 살겠다’고 하는 게 아니라 단호하고 분명하게 죽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신체적 질환이나 질병을 지나치게 비관한다. △우울증을 가진 사람이 신경안정제 등 약물을 지나치게 남용한다. △이성문제, 가정문제 등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등이다. 이런 경우에는 주위의 따듯한 배려와 관찰이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살충동 극복은

주위에서 자살의 가능성을 보인다면 철저하게 관찰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명확한 자살의 증후들을 보여 자살의 위험성이 있다면, 정신과에 입원해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입원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혼자 내버려두지 말고 그 사람과 함께 있으면서 자살을 못 하게 해야 한다.

자살의사를 넌지시 또는 직접적으로 내비칠 때에는 피하지 말고 자살의 동기와 방법 등을 꼬치꼬치 캐물어 자살에 관한 생각을 털어놓게 해야 한다. 되도록 장기간 대화를 유도해 문제점을 파악해야 한다. 자살 기도자 주위에서 위험물을 제거해주는 노력도 필요하다.

특히 중요한 점은 한번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수개월 혹은 수년 내에 자살을 재시도 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잘 관찰해야 한다.

자신이 자살 충동이나 유혹에 빠져들 때는 자기조절을 통해 적개심과 공격성을 감소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화가 나 있거나 흥분해 있다는 점을 깨닫고, 더불어 자신이 왜 화를 내게 됐는지를 되짚어 자살 충동을 스스로 억제할 수 있도록 ‘나는 할 수 있어’, ‘이겨낼 수 있어’, ‘좋아질거야’ 등의 긍정적인 자기 암시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자신의 생에 대한 책임감과 애착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또 미래의 긍정적인 결과를 생각하고, 가족이나 친구, 상담원 등 자신을 이해해 줄만한 사람과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종교생활과 글쓰기, 음악 감상 등으로 기분전환을 시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래도 자살충동이 계속해서 생긴다면 주저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 평소 지나치게 감정을 억누르기보다는 적당하게 표현하면서 긍정적으로 생활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건양대병원 정신과 유빈 교수는 “자살은 일단 시행하면 돌이킬 수 없는 만큼 무엇보다도 예방이 중요하다”며 “지지적 환경의 조성과 적극적인 치료적 개입을 통해 예방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순 기자 ra11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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