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연휴를 6일여 앞둔 17일 설 제수용품을 구입하기 위한 시민들이 몰리면서 청주 육거리시장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덕희 기자 withcrew@cctoday.co.kr  
 

"예전보단 시장에 대한 편견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

한 겨울임에도 낮기온이 영상 5도를 웃도는 따뜻한 날씨에 설 명절을 앞둔 충북 청주지역 전통시장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의 지역상권 잠식에 따라 고전을 면치 못하던 전통시장이 고물가 시대 저렴한 가격과 대형소매점 못지않은 판매품목 다양화로 다시한번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오전 10시 30분. 충북 청주 흥덕구 가경터미널시장은 평일 이른 아침임에도 장을 보러 나온 주부들로 부산한 모습이었다.주부 김혜린(청주 흥덕구 가경동·37) 씨는 "명절음식을 장만하는 데 주말에는 사람들이 많이 붐빌 것 같아서 평일 아침 시장을 찾게 됐다"며 "아무래도 명절이 되면 돈 들어갈 데가 많아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곳을 찾게 되는 게 주부들의 공통된 생각아니겠냐"고 말했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어묵과 떡볶이, 튀김, 전 등 갖가지 먹을거리 음식들이 장을 보기위해 온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또 한켠에서는 목청껏 제품 홍보를 통해 손님을 끌어들이는 상인부터 '말만 잘하면 반값에도 팔겠다'는 선심성 멘트를 날리며 고객에 호소하는 상인까지 명절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전통시장만의 모습이 연출됐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제품 구경을 하는 데 여념이 없었고, '그 가격엔 본전도 못 남긴다'는 상인들의 애교 섞인 불평도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사실 사계절 중 여름과 겨울은 특히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있어 달갑지 않은 계절이다. 계절과 상관없이 항상 쾌적한 쇼핑환경을 제공하는 대형마트와 달리 전통시장의 경우 실외에 위치해 있는 구조적 문제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왔던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런 전통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대형마트와 비교해 전혀 손색없는 상품의 질과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품목 구비, 주차시설 완비 등 소비자 편의를 위한 각종 시설을 갖추면서 다시 한번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고 있다.

자리를 옮긴 오후 1시 30분. 충북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육거리종합시장은 마치 설 당일을 방불케 한다.

특히 육거리시장의 경우 몰려드는 고객의 편의를 위해 주차장 아르바이트생을 추가로 고용하고, 시장 내부 관리인원을 증원하는 등 명절 고객유치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때문인지 시장 안은 온통 장을 보러 온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상인들은 이리저리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분주한 몸놀림으로 움직였다.

주부 박연지(청주시 상당구 금천동·48) 씨는 "평소에는 대형마트를 자주 이용하지만 시어머니와 같이 명절음식을 장만하기 위해 시장을 찾았다"며 "특히 시장 제품은 대형마트보다 오히려 더 저렴한데다 흥정도 가능해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전통시장에서는 대형마트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람냄새 나는 정겨운 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한쪽 모퉁이에서 연신 수첩에 무언가를 적고 있는 젊은 주부의 모습이 눈에 띄어 다가가 보니 상인에게 구입한 나물의 요리법을 진지하게 받아 적고 있는 모습이 여느 수험생 못잖은 진지한 모습이었다.

가경터미널시장연합회 관계자는 "올해는 예년 겨울에 비해 기온이 따뜻해 많은 사람들이 시장을 찾고 있다"며 "서민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자위축심리로 매출에 타격을 받지 않을까 상인들의 우려가 많았지만 현재까지는 쾌조의 출발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현 기자 cooldog72@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