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 호재에 한우세트가 올해 설 선물세트 시장에서 독주체제를 구축하면서 상대적으로 과일과 수산물세트가 고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물용 대과(大果)와 상품(上品) 수산물에 기대를 걸었던 과수농가와 어민들은 한우가격 하락에 따른 ‘유탄’을 맞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

이상한파와 일본 방사능 유출 등으로 한 차례 어려움을 겪었던 과수농가와 어민들은 설 명절 ‘반짝 대목’ 마저 놓치게 될까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본격적인 설 선물세트 판매(예약)가 시작되면서 가격이 낮아진 한우세트 판매가 전년동기대비 20~30%에서 많게는 60%까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쇼핑 G마켓의 경우 최근 한우세트 판매량이 지난해와 비교해 64% 증가했고, 등심과 안심 등 구이용 인기부위는 무려 300%까지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던 조기와 굴비 등 수산물은 판매 부진에 빠지며 1위 자리를 한우세트에 내줬다.

이마트 역시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실시한 예약 판매에서 한우세트 판매가 전년보다 무려 5배 이상 더 늘어났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까지 소고기에 이어 판매량 2위를 차지했던 사과가 4위로 밀려났고, 배는 5위에서 7위로 내려앉았다.

지역 주요백화점들의 선물세트 판매 역시 비슷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의 경우 전년동기와 비교해 과일은 10%, 굴비는 5%가 감소했고, 롯데백화점 대전점 역시 과일 10%, 수산물 6% 가량이 빠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과와 배 등 과일은 올해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공급량이 줄면서 가격이 올라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한우세트에 수요의 상당부분을 빼앗긴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기존 과일과 수산물을 명절 선물로 활용했던 상당수 소비자들은 한우 가격이 낮아지면서 비슷한 가격에 보다 품격있는 한우세트로 갈아타고 있는 양상이다.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A(대전 대덕구·46) 씨는 “지난해까지 거래처 선물로 과일을 보냈지만 올 설에는 값이 오른 과일 대신 비교적 저렴한 한우세트로 선물을 대체할 계획”이라며 “과일세트 구매비용에 일부만 추가하면 구이와 국거리 등 명절 활용도가 높은 한우알뜰세트를 구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명절용 과일 출하를 준비하고 있는 과수농가와 어민들은 수요 감소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지역 한 과수농가 농민은 “지난 추석에는 이상기온과 일조량 부족 등으로 출하시기를 맞추지 못해 가격이 큰폭으로 오르내리면서 피해가 컸다”면서 “추석 때 부진을 설에 만회해보려 했는데 계속해서 한우에 수요를 빼앗길 경우 명절 대목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대환 기자 top7367@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