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공주시 반포면 온천리 안정사에 가면 운세를 점치는 ‘신비의 돌’이 있다. 언제부턴가 한입 건너 두입으로 소문이 퍼지며 안정사 돌은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과 기도객으로 북적인다. 돌의 영험함은 증명된 바 없지만 연초나 수능 등 큰 시험이 있을 때 간절한 소원을 가진 이들이 모여든다.

공주시 반포면 온천리에 위치한 안정사는 아담하고 고즈넉하다.


길흉화복을 점칠 때 찾는다는 돌은 대체 어떤 것일까. 호기심을 풀기위해 22일 오전 10시 허만진 영상기자와 함께 안정사로 향했다. 대전에서 공주 방향으로 가다보면 박정자 삼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공주 쪽으로 2~3㎞ 가면 오른쪽에 안정사로 가는길이 나온다.

‘소원을 비는 신비의 돌부처님이 계신 곳’이라는 대형 표지판이 안내하는 곳을 따라 200m쯤 들어가니 안정사가 나온다. 절은 규모는 작지만 한적하고 고즈넉한 느낌이 좋다.


절 안쪽 미륵불 아래 소원을 점치는 돌이 있다. 타조알 모양을 하고 있는 이 돌은 직경 약 20㎝에, 무게는 10㎏이라 한다.


점치는 방법은 간단하다. 일단 아무 생각없이 돌을 들어보고, 그런 다음 자신의 생년월일과 주소·나이·성명 등을 알린 뒤 소원을 구체적으로 빌고 돌을 다시 들어보는 것이다.


두 손으로 돌을 들어서 돌이 움직이면 자신의 염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반대로 돌이 들리지 않거나 더 무겁게 느껴지면 행운이 찾아와 소원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몇 번 씩 소원을 빌고 돌을 들어봐도 상관없지만 간절히 기도하는 정성이 있어야 소원을 잘 들어준다고 한다.


점을 치고 나오는 한 청년이 “무심코 돌을 들 때 번쩍 들렸는데 소원을 빌고 다시 들어보니 아래에서 잡아당기는 것처럼 꼼짝도 않는다”며 함박웃음이 돼 나선다.


공주 안정사 미륵불 아래 소원을 점치는 돌이 있다.

소원비는 이 돌의 유래는 199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안정사 주지 화령 스님이 어느 날 기도를 하던 중 부처님이 눈에 보이며 ‘이곳 밤나무 밑에서 불상모양의 돌이 너의 눈에 보일 것이니 그 불상을 잘 다듬어 좋은 곳으로 옮겨 점안을 한 후 3년이 지나면 큰 위력이 나타나리라’고 했다.

얼마 후인 1994년 8월 절을 짓기 위해 800년은 족히 된 밤나무를 베던 중 계시대로 이 돌이 났다. 안정사 측은 이듬해인 1995년 이 돌을 점안한다.


이 돌로 처음 소원을 점친 사람은 1999년 2월경 탤런트 송기운 씨다. 당시 송 씨는 꿔준 돈을 받게 해 달라며 간절한 소원을 빌고 이 돌을 들어 보았다. 그러나 돌이 꿈적도 하지 않았다. 그 후 송 씨의 소원이 기적처럼 이뤄졌다고 한다.

이것이 알려지며 많은 사람이 이 돌의 영험함을 시험해보려고 찾기시작했다.


화령 주지 스님은 “평일엔 30~40여 명, 주말엔 수백명이 갖가지 소원을 빌기 위해 이곳에 온다”며 “돌이 소원을 들어줄 때는 아무리 힘센 장사라도 돌을 들지 못한다”고 했다.


찾아드는 기도객수만큼 시줏돈도 많을 거라는 물음에 화령 스님은 “돌이 소원을 이뤄졌다며 다시 찾아와 100만 원을 내놓고 가는 이도 있다”며 “이름만 대면 알만한 정치인과 탤런트도 자주 찾는다”고 말한다.

한 남자가 소원을 점치기 위해 돌을 들기 전 기도를 하고 있다.


이날 수험생인 딸을 위해 기도하러 왔다는 중년의 한 남자는 “마음으로부터 정성을 쏟아야만 부처님 귀에 들어간다”며 돌을 향해 연신머리를 조아렸다. 그는 “소원을 들어줄 것이라고 믿고 이곳을 찾는 사람
이 그리 많겠습니까”라고 반문하며 “그저 간절히 기원하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가톨릭 신자이기 때문에 돌에 소원을 빈다는 것을 믿지는 않지만, 돌을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처음 아무생각없이 들었더니 10㎏의 돌덩이가 쉽게 들린다. 생년월일과 주소·성명 등을 알린 다음 가족의 건강을 소원으로 빌고 돌을 다시 들어보았다. 그랬더니 처음보다 묵직해져 잘 들리지 않는다.


돌 아래서 뭔가가 잡아당기는 자기장이 생긴듯도 했지만, 무엇보다 돌이 들리면 소원이 이뤄지지 않을까봐 돌을 힘껏들기 겁났다. 소망의 대상이 나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라 가족을 위한 것인데 꼭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다.


올 가을 결혼을 앞둔 허만진 영상기자도 행복한 가정을 이루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고 돌을 들었는데 돌이 들리지 않는다며 뿌듯해 한다.


공주에 있는 안정사 본사 외에 동학사 입구 안정사 포교원에도 행운을 점칠 수 있는 돌이 또 있다고 해 이곳도 들러보았다.


4년 전 조성된 이 절엔 두꺼비 형상의 돌이 있는데 점치는 방법은 유사하다. 이름·주소 등을 말하고 소원 한 가지를 구체적으로 빈 후 두꺼비를 앞으로 끌어당기는데, 두꺼비가 움직이지 않아야 소원이 이뤄진다.

동학사 입구 안정사 포교원에 있는 소원비는 두꺼비 돌이 있는 곳.


우리나라는 예부터 사는 게 힘들수록 기복신앙이 들썩였다. 기존 종교에 비해 미신적 경향이 강하지만 일상에 지친 이들에겐 안식처가 되기도 한다. 무엇이든 보고 증명할 수 있어야 믿는 불신의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왜 근거가 미약한 영험함에 기대는 것일까.

그건 소원을 이뤄줄 거라는 확고한 믿음보다, 그저 소원을 말할 대상이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것이 또한 돌이 우리에게 내려주는 영험함이 아닐까.


신년에 이룰 간절한 소원 하나를 깊이 품고 계룡산 자락을 찾아가는 길. 간절한 소망을 마음으로 전하는 것만으로도 위로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도연 기자
saumone@cctoday.co.kr, 동영상=허만진 영상기자 hmj198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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