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아마 야구가 흔들리고 있다.

중등·일반(대학) 엘리트 야구부가 부족해 야구 꿈나무 육성이 어려운데다, 이로 인해 우수 선수들까지 타지역으로 유출되는 악순환이 해를 거듭할 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전이 ‘박찬호 붐’을 등에 업고 야구 특별시로서의 비상을 예고하고 있지만 엘리트 체육으로만 눈을 돌려도 지역 아마 야구는 척박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대전 관내 초·중·고 5개 학교 야구부가 대전시야구협회에 등록한 선수 인원은 모두 170여 명. 그러나 고교 야구부는 대전고 1개교 밖에 없는 탓에 2개 중학교(한밭·충남중) 야구부 60여 명 중 졸업생 30여 명을 모두 지역에서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년 일부 우수 선수들을 타지역으로 ‘뺏기기’ 일쑤라는 게 지역 야구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의수 충남중 야구부 감독은 “최근 야구붐이 일면서 초등학교 엘리트 야구부를 포함, 리틀 야구 소속 학생들까지 입단을 문의하고 있지만 선수 정원이 포화상태라 돌려보내고 있다”며 “열의가 있는 학부모들은 이사를 가서라도 야구부가 있는 타지역 학교로 입학을 시키는 경우까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등학교 입학 시에도 포지션이 겹쳐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을 우려해 일부 우수 선수들을 타지역으로 입학시키고 있다. 학부모 역시 타 학교와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서울, 충남, 청주 등지로 아이들을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군다나 대학 야구부는 단 한 곳도 없어 중-고-대로 이어지는 계열화의 붕괴와 이에 따른 야구부의 성적부진은 엘리트 야구부 창단이 더욱 시급해지고 있는 또 다른 이유다.  또 지역 고교 야구부의 경쟁 구도가 없어 성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프로 입단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미뤄 볼 때 야구부 창단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와중에 엘리트 야구에 대한 지역적 관심이 뒤따라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실제 대전시와 대전시교육청, 각급 학교들은 예산 편성의 난관을 극복하지 못하고 엘리트 야구 선수 육성 계획을 매년 타 시·도의 정책으로만 치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야구부 시설 설치 등 운영 예산이 우선적인 문제”라며 “더 이상의 창단은 의미가 없다. 중도 탈락자도 있기 때문에 야구부 정원은 초과되지 않고 있다. 지역에서 선수 수급은 원활히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중학교가 2팀인데 고등부가 한팀이 더 창단되면 지역 아마 야구 전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애매한 답을 내놨다.

반면 지역 야구 관계자들은 엘리트 야구부 창단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다지는 등 창단 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광열 대전시야구협회 전무이사는 “가까운 청주만 하더라도 세광고, 청주기계공고 등 2개의 고교 야구부가 있어 잘 갖춰진 경쟁 구도로 성적 향상에 기여하고 있고 선수 수급도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며 “학교 야구부 창단은 지역 야구 꿈나무 육성을 위해 꼭 필요하다. 대전지역은 연고 구단인 한화 등 야구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는 만큼 꿈나무 육성에 앞장 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화이글스 관계자는 “구단 차원에서 학교 야구부 창단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분위기만 조성된다면 창단 시 필요한 야구용품 지원 등 관련 경비는 물론 지역 연고 선수 우선 지명 등의 기회를 부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승동 기자 dong79@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