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교통사고로 팔을 다쳐 청주 모 병원에 보름간 입원했던 A 씨는 수십만 원의 병원비를 내지 않은 채 도망가 병원에서 현재 그를 수소문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청주 모 병원에서 십자인대 파열 등으로 수술을 받은 B 씨는 수술 및 한 달여간 입원비 등 진료비 400여만 원이 청구된 뒤 돈이 없자 응급의료비대불제도를 통해 이를 납부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고물가 등의 영향으로 병원 진료를 받고도 돈을 내지 않고 도망가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응급환자가 당장 돈이 없어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가 병원비를 대신 내주고 환자가 나중에 상환하는 응급의료비대지급의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청주의 한 대형병원은 지난달 올해 들어 처음으로 병원비 미납건수가 130건을 넘어섰다. 하루 4.3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 진료를 받고도 돈을 내지 않고 도망친 것이다.

병원 관계자는 "생활물가가 오르는 등 경제가 어려워지다 보니 진료를 받고 도망가는 환자들이 늘고 있는 것 같다"며 "소액일 경우에는 민사소송을 해서 돈을 받아내기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반 입원환자와 병원을 찾은 외래환자 외에 응급환자들이 수시로 들락거리는 응급실은 치료비를 내지 않고 달아나는 환자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응급실 환자는 외래진료 환자와 비교해 기본적인 검사를 더 하기 때문에 진료비가 비쌀 수밖에 없음에도 이를 따지며 돈을 내지 않고 가버리는 경우도 빈번하다는 게 병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진료를 해야 하지만, 당장 돈이 없는 응급환자를 위해 국가가 대신 돈을 내주는 응급의료대지급을 이용하는 사례도 줄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지급된 충북 도내의 응급의료대지급 건수는 566건으로 지급 기관 수만 34개에 이르고 1억 6998만 5160원의 돈이 지급됐다.

한 병원 관계자는 “진료비가 없어 퇴원을 못하고 병원에 머무르거나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며 언제까지 꼭 납부하겠다는 각서를 쓴 채 퇴원하는 사례도 빈번하다”며 “치료비를 낼 수 없는 환자들을 골라 무료 진료대상자로 분류해 지자체 등에 후원을 받도록 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온 힘을 쏟고 있지만, 미납 사례나 응급의료비대불제도 이용은 줄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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