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을 90여일 앞두고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이 정치권을 강타하면서 충북 정가도 술렁이고 있다.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이 폭로한 '전대 돈봉투'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지난 2008년 당시 충북지역 친이계 인사들의 관련성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게다가 금품살포를 경험했다는 유시민 통합진보당 대표의 주장으로 인해 ‘돈봉투’ 불똥이 야권에도 튈 조짐을 보이면서 민주통합당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검찰이 야당 전당대회에 대한 금품제공 여부까지 수사할 경우 이번 사태는 정치권 전체로 불똥이 튀면서 정계개편까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고 의원은 지난 4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18대 국회 내 전당대회 당시 대표로 선출된 후보 한 명으로부터 현금 300만 원이 들어 있는 돈봉투를 받았다가 즉석에서 돌려줬다고 폭로했다. 18대 국회에서 전당대회를 통해 한나라당 대표로 선출된 사람은 박희태 국회의장과 안상수·홍준표 의원 등 3명이다. '대표로 당선된 후보 중 한 명', '친이계', ‘가장 최근의 전당대회 선출 대표는 아니다’라는 고 의원의 언급에 따라 박 의장과 안 의원으로 압축된 상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8일 고 의원에 대한 조사를 통해 관련자가 누구인지 확인되는 대로 이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돈봉투’ 파문은 충북 정가에도 미치고 있다.

2008년 한나라당 충북도당 내 친이계 인물 가운데 전대 투표권이 있던 대의원들의 관련성 여부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충북에서는 오장세 전 충북도의장, 오성균 청원당협위원장, 송태영 청주흥덕을 당협위원장, 심규철 보은·옥천·영동 당협위원장, 김경회 전 진천군수 등이 친이계 인사로 알려져있다. 당시 친이계 인사들 가운데 일부가 이번 4·11 총선 예비후보로 등록해 왕성한 선거운동을 하는 상황에서 금품수수가 사실로 드러날 때는 이번 사건이 몰고 올 파장이 만만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한나라당이 연이은 악재로 벼랑끝에 몰리면서 비상대책위원회가 인적쇄신에 강공 드라이브로 나서기로 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번 돈봉투에 관련된 한나라당 내 지역 인사들의 공천배제가 불보듯 뻔하다.

한 예비후보는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돈봉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지역 인사들까지 관련있을 경우 공천을 떠나 총선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한 후보는 “이번 검찰 수사 결과로 당내 친이계에 대한 인적 쇄신 기류가 형성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이번 사건이 불거진데 대해 '친이계 솎아내기'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친이계의 반발도 예상된다”고 전했다.

민주통합당도 편치많은 않다. '차떼기당'이라며 한나라당을 거침없이 비판을 쏟아내는 반면, 민주통합당도 무풍지대가 아닐 수 있다는 우려가 감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당대회가 '돈먹는 하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돈을 쓰고자 하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구조라는 점에서 기인한다는 시각이다. 전당대회가 1만~2만 명의 대의원을 상대로 한 전형적인 조직선거전이기 때문에 대의원의 표심을 얻고 지역위원장을 포섭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 과정에 불가피하게 돈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 일각에서는 현재 진행중인 1·15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예비경선 때 중앙위원을 상대로 돈이 돌았다거나, 본경선 선거인단 모집 과정에서 조직 담당자들에게 성과급처럼 자금이 뿌려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 민주통합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적이 있는 통합진보당 유시민 공동대표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금품살포 경험을 주장했다. 그는 이날 대전시당 출범식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당 내에서) 금품 살포를 목격한 바도, 경험한 바도 있다"고 밝히면서 '전대 돈봉투' 파문이 민주통합당으로 옮아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유 대표의 발언은 당대표를 지낸 유력 대선후보와 구 민주계를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나라당에 이어 야권에서도 돈봉투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 당 안팎에서 쇄신 차원의 ‘물갈이’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여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