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미대 진학만을 꿈꿨다는 대전 서구의 A(고2) 양.

하지만 경제한파로 가정형편이 어려워지면서 A 양은 월 60만 원의 미술 학원비를 낼 길이 막막해졌다.

학기중엔 방과 후 시간을 이용,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원비와 재료비를 겨우 냈지만 100만 원이 넘는 겨울방학 특강비를 마련할 길은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진로를 다시 생각하고 있다는 A 양은 “학원에 다니지 않으면 대학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솔직히 가정형편이 어려우면 접어야 하는 게 예술”이라고 토로했다.

예체능계 학원의 턱없이 높은 수강료로 인해 꿈을 접는 대전지역 어린 예술가들이 늘고 있다.

예체능계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선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이러한 학생들의 좌절감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예체능계 학원들은 전문 입시반을 운영하며 월 50만 원을 훌쩍 넘는 수업료를 학생들에게 요구하고 있어 “돈 없으면 예체능은 포기해야 한다”는 분위기까지 형성되는 상황이다.

대전시교육청의 수강료 상한액을 보면 음악, 미술, 무용 등 예체능 입시학원은 20시간 기준 10만 3000원에서 최고 15만 5000원으로 입시학원 단과반 10만 3000원과 액수가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일반 단과반에 비해 예체능은 교육 자체를 학원에 의존해야 하는 부분이 커 수업시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것.

예체능계 학원들은 학기중 하루 평균 2~3시간씩 주 5일 수업을 진행하며 월 50만 원이 넘는 수강료를 학생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특히 종일반으로 운영되는 방학특강의 경우 100만 원이 넘는 돈을 수강료로 내야하는 실정이다. 실제 대전 서구 모 미술학원에서 운영하는 주 5일, 하루 7시간씩 6주 과정의 겨울방학특강에 참여하기 위해선 126만 원의 수강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 학원 관계자는 “전문강사들을 고용하면 수강료 자체가 비싸질 수밖에 없다”며 “대부분의 예체능계열 입시학원들이 이 정도 수강료를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비싼 학원비에는 거품도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대전 서구의 모 고교 예체능 교사는 “대입을 위해선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용, 학원 등이 적정 수준 이상으로 비용을 요구하는 부분이 있다”며 “개인적으로 받는 레슨비가 월 40~50만 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분명 과도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교육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대전 서구 괴정고의 김 정 교사는 “사교육비를 감당할 여력이 없는 학생들을 흡수할 수 있는 제도가 시급하다”며 “여러 학교의 예체능계 학생들을 모아 전문 강사를 초빙해 가르치는 소수선택과목제 운영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진창현 기자 jch801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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