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내사지휘 문제를 놓고 검찰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경찰이 이번에는 일선서 수사 경찰을 모아 ‘수사주체성’ 교육에 나섰다.

그러나 사실상 ‘검찰 대응 매뉴얼’이나 다름없는 이번 교육을 놓고, 일각에서는 경찰이 세(勢) 과시를 통해 검찰을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대전경찰은 5일 지방청 무궁화홀에서 일선서 형사와 수사 경찰관 등 수사 실무자 360여 명을 대상으로 ‘수사주체성 확보를 위한 수사 실무지침’ 교육을 진행했다.

이번 교육은 지난 1일 시행된 형사소송법 시행령(대통령령)에 따라 본청이 하달한 수사절차와 검사의 지휘 체계 등에 관한 경찰의 세부 실무지침 준수를 다시 한 번 강조하기 위한 자리로,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달라지는 법령 해석의 통일성도 강조됐다.

본청에서 마련한 17개 지침은 검찰의 내사 지휘 거부, 경찰의 내사 개시 및 종결, 수사 중인 사건의 검찰 지휘 및 송치 명령 등 대통령령으로 검찰과 분리된 경찰의 수사주체성이 강조돼 있다.

교육에서는 법령에 명시한 중요범죄 입건, 폭처법 4·5조 사건, 사건관계인의 이의제기나 수사 투명성 확보를 위해 송치 전 지휘가 필요한 때 등 3가지를 제외한 검찰의 수사지휘는 원칙적으로 거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번 교육과 함께 지방청에 특별점검반을 구성하는 것은 물론, 검찰의 수사지휘 일체를 경찰서별 ‘수사절차 정비 TF팀’을 통해 보고토록 했다.

이른바 검찰의 부당하거나 불필요한 수사지휘는 일체 받지 않는 것은 물론,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번 대규모 집체 교육을 놓고 일각에서는 ‘국민을 위한 수사주체성 확립’이란 명분을 내세워 검찰을 향한 경찰의 조직적인 세과시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런 이유는 대통령령을 내세워 불과 수일 전까지도 받아온 검찰 내사 지휘를 일체 거부하고, 오히려 형소법 개정안 시행 직후 내사와 수사의 명확한 선을 구분하며 수세에 몰린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는 시각 때문이다.

게다가 형소법 시행과 함께 ‘독립적인 수사주체’가 됐다는 이유에서 진정 지휘를 거부하고, “자기 사건은 자기가 하라”는 식으로 민원인에 대한 배려 없이 경찰 입장만 강조하는 모습도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대전경찰 관계자는 “수사권은 국민이 중심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수사상 장애가 있어선 안된다”면서 “그동안 검찰의 소위 떠넘기기 행태가 많았고,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소한 것까지 지휘하는 것에 대해 경찰 불만도 적지 않았다. 이번 교육은 실무지침 해석과정에서 혼선이 없도록 명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마련됐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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