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발생한 학교 폭력 피해 학생 자살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최근 청주 중학생 폭행치사 사망사건도 학교폭력에 대한 교육당국의 안일한 대처가 부른 결과라는 지적이 높다. 사망을 부른 학교폭력에 대해 일선학교는 무사안일과 보신만을 생각하며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부추기고 있다.

◆해당학교 사건 왜 숨겼나?

4일 현재 해당 ㅅ 중학교는 사건 발생 이후 청주교육지원청에 경위서를 통해 서면보고 절차를 걸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김 군의 유족에 따르면 학교측이 해당 목격 학생들에게 사건에 대해 침묵을 지킬 것을 강요했고 아침 조회시간에는 전교생들을 대상으로 같은 요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왜 학교는 이같은 지시를 내려 사건을 숨기려 했을까.

일선학교 들은 일단 교내에서 발생한 폭력사건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에 대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폭력 사실 여부를 떠나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는 순간 학교 이미지가 실추 되거나 해당 교사·학교가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게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교내 학교 폭력, 금품갈취 등과 같은 사건이 발생해도 가해학생과 피해학생들을 상대로 화해를 종용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게다가 이같은 일선학교들의 비뚤어진 관행을 지적·개선하자고 나서는 일부 교사들의 목소리 또한 학교 측의 압력으로 인해 유야무야 되기 일쑤다. 지난해 5월 충북 증평의 한 초등학교 교사 B 씨는 한 학생으로부터 “중학생 언니가 ‘양’(양 언니, 양 동생 관계)을 맺자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 '양'을 맺는다는 것은 '일진' 그룹에 들어간다는 의미다. 그대로 두면 사태가 심각해질 것으로 판단한 B 교사는 학교 측에 대책을 요구했으나 반응은 싸늘했다. 학교 측은 얼마 후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를 열었으나 “피해가 전혀 없었다”는 한 학부모의 말만 듣고 서둘러 일을 덮었다.

◆교육당국 학교 폭력 예방책 ‘유명무실’

교육당국은 그동안 학교폭력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만들고 인성 및 공공의식 함양을 위한 학교 문화 선진화 정책을 추진하는 등 법적·제도적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이번 청주 중학생 사망사건으로 사각지대를 여실히 드러냈다.

해당학교는 사건 발생 나흘이 지나서야 부랴부랴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를 소집했다. ㅅ 중학교의 경우 학교 폭력으로 인한 자치위원회를 개교 이래 처음으로 소집, 모두의 예상대로 시행착오는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가해학생의 처벌 여부를 두고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였고 피해 학생 김 군의 유족에게는 교육안전공제회에서 지급되는 보험금 수령을 종용하는 등 사건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해당학교는 매학기 마다 2시간씩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 영상 시청 등 형식적인 교육에 그쳐 불상사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피해 학생 김 군은 학기초부터 지속적인 괴롭힘과 놀림을 당했지만 학교 측에 상담을 요청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 사실이 알려지면 돌아올 친구들의 눈초리가 무서웠기 때문이다. 이에 학교 측은 “학생이 직접 상담을 신청하지 않는 이상 학생들간 폭력 여부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해명했다. 일선학교 만의 문제가 아니다. 충북 교육을 총괄하는 도교육청은 오히려 사태 확산을 부채질 하고 있는 모습이다. 도교육청이 학교별로 1년에 몇 차례 실시하는 ‘학교폭력 설문조사’도 유명무실하다.지난해 7월 도내 초·중·고생 20만4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학교폭력 설문조사'에서 집단 따돌림 등을 당했다는 응답은 0.5%(1184명)에 불과했고, 학교에 폭력서클이 있다는 답도 0.08%(154명)에 그쳤다. 이는 설문에 답하는 학생들 조차 설문조사가 형식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학교폭력예방재단 박인수 부본부장은 “대부분의 피해 학생들은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학교에 알려도 조용한 마무리를 종용당한다”며 “일선학교들의 이같은 관행은 오히려 학교 폭력을 곪고 썩게 만드는 악습”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언 기자 wheniki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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