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우는 시장 자체가 무너졌어요. FTA 비준도 좋지만 수입개방에 앞서 대책이 먼저 만들어졌어야 합니다. 그저 정부가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4일 충북 청원군 북이면 내추리 육우농장에서 만난 신병오(50) 씨는 빈 축사를 바라보며, 정부에 대한 성토부터 했다.

최근 소 값 파동으로 많은 축산인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한우도 값이 많이 떨어졌지만 그나마 고급육은 제 가격을 받는 반면 육우는 시장 자체가 완전히 무너졌다는게 육우농가들의 하소연이다. 실제 이날 찾아간 신 씨의 농장은 3000여㎡에 달하는 넓은 축사가 육우 한 마리 없이 텅빈채 을씨년스럽게 방치돼 있었다. 32년째 육우를 키우고 있다는 신 씨는 지난해만 해도 2000여 마리를 사육했지만 소 값이 폭락하자 지금은 1300여 마리로 줄였다. 농장 운영비를 줄이기 위해 한 쪽 농장은 모두 비워버렸다.

신 씨는 소를 키울 수록 커져만 가는 적자가 어깨를 짓눌러 그만두고 싶지만, 거액의 빚에 눌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청원군 지역 육우농가들에 따르면 지난해 이맘때 육우 생체(도살 전 살아있는 소)육의 1㎏당 가격은 5500원이었지만 올해는 ㎏당 3800원으로 떨어졌다. 약 800㎏ 육우를 기준으로 한 마리당 가격은 440만 원에서 304만 원으로136만 원이나 하락했다.

이에 비해 사료값은 지난해 1월 ㎏당 432원에서 지금은 509원으로 올랐다. 육우 한 마리가 입식돼 판매될때까지 약 5.6t의 사료를 소비하니 현 시세로는 사료값만 285만 원이나 들어간다. 여기에 조사료 등 특수사료와 인건비, 각종 접종비 등 관리비용을 더하면 초기투자비용과 본인 인건비를 제하더라도 마리당 80만~100만 원씩 적자라는 계산이다.

신 씨는 이 같이 축산농가, 특히 육우농가가 붕괴 직전에 이르게 된 것은 정부의 정책실패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난 2009년 구제역 발생 이후 국민들이 국내산 소고기를 외면하는 사이 수입산 소고기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다는 점이다.

신 씨는 “지금 시골지역 식당까지 모두 수입산 소고기가 들어와 있다”며 “정부는 한·미FTA 추진에 앞서 국내 축산농가의 대비책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비준에만 신경쓰고 대책이 늦어지니 이미 시장이 붕괴되 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에서는 군인들에게 국내산 한우와 육우를 공급한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지난해에도 비슷한 정책을 발표해놓고 절반도 수매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신 씨는 최근 전북 순창군에서 한 농민이 사료를 공급하지 못해 육우가 굶어 죽은 사건에 대해서는 “경제적으로 극단적인 상황에 몰린 농민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면서도 “진정한 농민의 자세라고 볼 수는 없다. 힘 닿는데까지 축산을 지켜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청원=심형식 기자  letsg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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