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핵심에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선도할 기초과학연구원이 있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올해부터 연구단 공모에 본격 착수, 2017년까지 50개 기초과학 분야 연구단을 차근차근 구성할 예정이다. 2012년, 과학벨트 원년을 맞아 오세정 초대 기초과학연구원장으로부터 과학기술을 발판으로 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희망을 들어본다.

대담=최인석 편집부국장 겸 문화레저부장


-초대 기초과학연구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된 소감과 과학벨트 원년 신년 인사는.

   
 
  ▲ 오세정 기초과학연구원장이 능력 있는 인재들이 전 세계에서 이곳 기초과학연구원으로 모여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를 하는 기초과학의 토양을 만들어 한국의 첫 노벨 과학상 수상을 앞당기는 기폭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재훈기자 jprime@cctoday.co.kr  
 



“기초과학 전공자로서 한국 기초과학 연구의 새 지평을 열게 될 기관의 수장을 맡아 헌신할 기회를 얻게 되어 기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유례없는 대형 국가 과학사업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과학벨트사업은 우리나라 기초연구 역량을 획기적으로 제고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사업이다. 우리나라의 미래가 걸려있는 사업이고,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개념의 장기적인 국가 프로젝트다. 따라서 단기간내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길 바란다. 우리 과학자 역시 여기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최선을 다할 것이다.”

-기초과학연구원의 기본 운영 철학과 중점사항은.

“연구원 운영의 기본 철학은 수월성, 개방성, 자율성, 창의성이다. 국내외 우수 인력이 활발히 참여하는 개방형 조직을 만들고, 독립적이고 안정적인 여건 조성으로 연구수행의 자율성을 부여하며, 국제적 수준의 연구몰입환경으로 연구자의 창의성을 높여줄 생각이다. 무엇보다 우수 과학자 중심의 연구단 선정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초과학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으로서의 수월성을 유지해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러한 운영원칙을 통해 능력 있는 인재들이 전 세계에서 모여들고, 어떤 연구를 하든지 자율에 맡긴다면 세계적인 연구 성과는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다.”

-국내 기초과학의 현재 모습을 진단하고, 이에 미뤄 기초과학연구원의 역할을 가늠해 본다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한 올해 세계 경쟁력 평가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과학 인프라 경쟁력은 5위, 기술 인프라 경쟁력은 14위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기초과학분야는 이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를 아직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사실도 우리의 기초과학 수준을 보여주는 평가지표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기초과학연구원을 통해 이제 제대로 된 기초과학연구, 즉 세계적으로 큰 혁신을 불러올 수 있는 연구를 장기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국내외 연구진이 함께 모여 자율적이고 창의적이며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초과학연구원은 우리나라 기초과학 수준을 한 단계, 아니 그 이상 업그레이드시킬 것이 분명하다.”

-기초과학연구원이 생김으로써 우리나라 과학계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으로 생각할 수 있나.

“과거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한 것을 쫒아가는 입장이었다. 즉 잘 만든게 아니라 빨리 만드는 것이었다. 기초과학 연구는 남이 안하는 것을 해야 한다. 그러러면 세계적으로 처음 하는 것, 아이디어가 정말 좋은 것이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선진국과의 기술격차 해소를 위해 응용·개발연구 중심으로 R&D를 진행해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초연구 역량이 부족했다. 이제는 선도적이고 창의적인 기초연구 중심으로 연구 패러다임을 바꿀 때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이를 위한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도 일본의 리켄, 독일의 막스플랑크, 이스라엘의 와이즈만 등 국가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기초과학 연구소를 갖게 된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과학자들과 과학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는 일하고 싶은 직장, 되고 싶은 미래희망 등 큰 꿈이 생긴 것과 같다. 또한 국가적 차원에서도 우리의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효과가 있다.”

-특히 대한민국 최초 노벨상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를 위한 특별 프로젝트 등이 있다면.

“과학이 발달하면서 노벨상이 예측하지 못하는 분야에서 갑자기 나오기도 한다. 실험 분야는 특히 그렇다. 우리나라도 현재 과학 저변이 확대되면서 그럴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는 아직 수상자를 배출하지는 못했지만 노벨상에 근접했다고 생각한다. 또 한 번 노벨상이 나오면 줄이어 나올 것이다. 한국 과학이 우수한 두뇌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은 세계 수준의 연구자들도 인정하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를 하는 기초과학의 토양을 만들어 한국의 첫 노벨 과학상 수상을 앞당기는 기폭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산하 50개 연구단 구성에 대한 과학계 관심이 많은데, 연구단의 구성 원칙은 무엇인가.

“연구단 구성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바로 수월성이다. 수월성이 만족되지 않으면 지역별 연구단 수, 연구단 선정 시기 등을 모두 재고할 것이다. 일정과 계획에 쫓겨 무리하게 선정하진 않을 생각이다. 설립 초기에는 사전에 세부 연구테마를 정하지 않고, 세계 최고수준의 과학자를 연구단장으로 선정함으로써 연구원의 연구분야를 순차적으로 구성해나갈 예정이다. 이후 정상 운영 단계에 돌입하면 운영 중인 연구단 현황과 국내외 연구동향 등을 감안해 연구테마를 고려해 연구단장을 선정할 방침이다.”

-대전에 있는 대한민국 과학메카 대덕특구와 KAIST 등 대덕특구와 기초과학연구원이 새로운 상생방안을 구상한다면.

“기초과학연구원이 모델이 돼 다른 정부출연연구기관들도 연구 자율성과 수월성, 개방성을 확보하면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기초과학연구원에서 경쟁력 있는 연구를 하면서 정부출연연구기관과 선의의 경쟁을 하면 모두가 세계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출연연과 차별화해 ‘집단이 하는 기초과학 및 기초연구’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같은 기초과학과 기초연구라 하더라도 개인연구에 맞는 테마는 기초연에서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대덕특구의 현재 가치를 평가하고, 또 기초과학연구원 입지에 따른 예상 시너지효과는.

“지난 40여 년간 대덕특구는 국내 과학기술의 산실이자 글로벌 기술사업화의 중심지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러한 대덕특구에 조성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기초과학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융합과 개방의 전초기지가 될 것이다. 즉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중심지인 대덕특구를 과학과 기술, 그리고 산업이 융화된 세계적 과학중심지로 도약시켜줄 것이라고 본다.”

-최근 출연연 지배구조 개편으로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귀속이 진행 중인데, 이 같은 변화에 따른 기초과학연구원의 기대나 우려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큰 변화나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초과학연구원은 특별법으로 설립된 연구소로서, 이번 출연연 지배구조 개편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또한 과학비즈니스벨트사업은 국가적으로 추진되어온 장기적 프로젝트라는 특성상 정부 부처의 변화에 관계없이 전체 사업 방향이나 큰 틀 상의 변화는 없을 것이다.”

-기초과학연구원의 설립과 대한민국 과학발전의 새 역사에 대한 희망 메시지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은 선진국을 따라가는 추격형 전략을 채택하여 경제성장에 성공하는 등 국가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이제 중진국을 뛰어넘어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추격형 전략으로는 불가능하고, 남보다 앞서가는 선도형 연구개발 모델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이러한 선도형 패러다임을 정착시키는데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이제는 우리도 과학기술을 경제적 관점에서만 보는 좁은 시각을 벗어나 문화로서의 과학 정책을 펼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즉 우리나라의 위상이나 국격에 맞도록 인류의 지적 자산 형성에 기여하고, 국민의 합리적이고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는데 기여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한국 과학기술계의 염원을 담아 기초과학연구원이 성공적으로 설립됐다. 이제 세계적인 기초과학 연구기관으로서의 성공적인 도약과 발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기술계만이 아니라 정부, 국회,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앞으로 꾸준히 지켜보면서 격려해 주기를 부탁 드린다.”

정리=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

<오세정 원장 프로필>△서울대 물리·천문학부(물리전공) 교수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학장
△전국자연과학대학장협의회 회장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1기 위원
△기초기술연구회 이사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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