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11총선 주자인 민주통합당 홍재형(청주상당) 의원이 선거법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선거를 앞두고 홍 의원과 민주당 당직자 등이 KB국민은행의 지원을 받아 청주 상당구 지역 초등학교 학생 23명을 대상으로 영어캠프를 추진한 데다, 학부모 설명회에서도 캠프주최를 치적으로 내세우는 발언을 한 것이다. 청주상당구 선거관리위원회는 이 사실을 인지, 선거법 위반에 해당되는지를 놓고 세밀하게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캠프운영 상당구 편중

29일 청주상당구선관위와 KB국민은행 등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이 후원하는 도서벽지 어린이 영어캠프가 지난 26일부터 31일까지 전국 초등학교 3~6학년 학생 210명이 참가한 가운데 건국대 충주캠퍼스에서 열리고 있다. 당초 이 캠프에는 청주 상당구 지역 23개 초교 학생과 학부모 등 61명이 참가할 계획이었다. 캠프에 청주 상당구 지역 학생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한데는 홍재형 의원이 KB국민은행 서울본점에 강력한 협조를 구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홍 의원은 경제관료 출신인 데다, 한국수출입은행장과 한국외환은행장 등을 역임하면서 금융권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B 충청동지역본부 관계자는 “홍재형 의원이 본점에 협조를 구해 이번 캠프에 청주지역 학생들도 참가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본점의 지시를 받아 청주지역 학생들의 캠프참가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이 주도한 이 캠프는 참가자가 청주 전역도 아닌 상당구만 국한돼 선정된 데다 교육의 수혜가 적은 소외계층 자녀들이나 도서벽지 학생들이 아니다 보니 특정인의 선거지원을 위한 행사였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선관위는 홍 의원이 내년 총선을 겨냥해 선거구지역 학생들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캠프참가를 주도한 게 아닌지 조사를 벌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홍 의원이 관련됐다 보니 캠프계획과 함께 사전에 열린 학부모 설명회에 대해 사실관계를 철저히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참가자격 놓고 특혜시비

홍 의원이 추진한 청주지역 학생들의 캠프참가가 취소되면서 학부모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KB국민은행이 1인당 45만 8000원의 참가비용 전액을 지원하는 이번 영어캠프는 도서벽지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만 참가자격이 주어지고, 청주 등 도심지역은 해당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청주지역 61명의 학생과 학부모들의 캠프참가는 무산됐다.

한 학부모는 “캠프출발이 취소됐는데도 연락을 전혀 받지 못해 당일날 집결지에 갔다 돌아오는 헛걸음을 했다. 잔뜩 기대하고 있는 아이들은 큰 실망과 함께 상처를 받았다.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학부모들의 반발이 격화되자 KB국민은행은 청주지역 학생들만 대상으로 내년 1월 12일부터 17일까지 5박6일간의 영어캠프를 별도로 열 계획이다. 하지만 청주지역 학생들에 대한 참가가 무산된 데 따른 학부모들의 반발을 해소하기 위한 ‘달래기성’ 행사로, 참가비지원여부 등을 놓고 상당한 특혜시비가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행사에 홍 의원과 A초등학교 운영위원장 겸 민주당 청주상당지역위원회(위원장 홍재형) 당연직 대의원인 B 씨가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선관위가 심도있게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홍 의원 발언, 선거법위반 논란

캠프참가에 앞서 지난 19일 오후 2시 청주시 상당구 내·율·사새마을금고 6층 강당에서 KB영어캠프 학부모 설명회가 열렸다. 설명회에는 참가학생 부모인 상당구 지역 23개 학교 학부모회장들이 참석했으며, 이 자리에서 B 씨가 개회와 추진배경을 설명했다. 홍 의원은 축사를, KB국민은행 충청동지역본부 측은 캠프설명을 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에 따르면 홍 의원은 이날 축사를 통해 “서울에서는 청주가 시골마을이다. 청주의 교육현실은 열악한 환경에서 이뤄지고 있다”면서 “(때문에) 국회 부의장인 제가 KB국민은행 서울본점에 간절하게 부탁해 청주지역 학생들이 이번 영어캠프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며 치적으로 내세웠다.

학부모 C 씨는 “홍재형 의원 덕에 아이들이 무료로 영어캠프를 가게 돼 매우 감사했다. ‘역시 국회 부의장이라서 파워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하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 유료캠프를 자기의 공으로 ‘공짜’로 가게 됐다고 말한 점은 선거법위반 논란 소지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의원측 직원이 회비수납

이날 행사는 설명회가 아닌 사실상 KB교육사랑학부모 협의회(가칭)를 구성하기 위한 자리였다.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은 모두 학교 운영위원장들로, 이들은 이날 협의회를 구성키로 합의했다.

협의회는 격월로 전체 1회, 매월 반별 1회 모임을 갖고 KB영어캠프를 통한 KB교육지원프로그램 홍보, 회원간 친목도모 등을 하기로 했다. 이날 협의회는 1만 원의 회비를 걷었으며, 홍 의원 사무실에 근무하는 여직원이 수납했다. 이에 따라 회비 수납 경위와 배경에 대한 선관위의 정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청주상당지역위 대의원 B 씨는 “KB국민은행 충청동지역본부장과 친분이 있어 개인적 부탁으로 영어캠프에 참가하려 했던 것이다. 홍 의원은 과거 외환은행 근무시절 모셨던 분이라 당일 설명회 축사만 부탁드린 것이다”면서 “선거를 앞두고 사조직을 구성한 것은 절대 아니고, 단지 자녀교육을 위한 협의회일 뿐”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 측 관계자는 “KB국민은행 측의 요청으로 설명회 당일 학부모 회비를 받았고, 거둔 회비는 (협의회 총무인) 학부모에게 건네줬다”며 “학부모들이 캠프참가를 놓고 뒷말들을 매우 많이 해 캠프를 연기한 것이지, 취소한 게 아니다”라고 전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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