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온순한 성품의 한범덕 청주시장이 제대로 화가 났다. 일부 참모들이 그동안 자신의 안위를 위해 허위보고를 해왔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에 한 시장은 참모진을 모두 불러 불호령을 내렸지만 작금의 현실에는 바른 소리에 귀 기울이려 하지 않은 시장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29일 청주시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전 한 시장은 본청내 국·과장급 참모진을 소집한 뒤 내부 업무보고가 제대로 전달되고 있지 않음을 크게 꾸짖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전언을 종합해보면 한 시장의 대노는 최근 비하동 유통지구 특혜 의혹을 갖고 벌어진 박상인 시의원과 관련 부서간 진실공방에서 비롯됐다.

최근 시정질문을 통해 비하동 유통지구 인허가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있음을 최초 제기한 박 의원은 집행부가 이에 대한 해명을 법 해석 오류로 단정 짓고 일방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자 의원을 무시한 처사라며 반박 기자회견을 가졌다.

특히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박 의원은 최종 결정권자인 한 시장을 직접 찾아 일련의 과정을 알렸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의 일들이 한 시장에게 참모진으로부터 편의에 의해 일부 생략되거나 허위로 보고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이에 격노한 한 시장은 박 의원에게 특혜 의혹의 사실관계를 떠나 유감을 표명하는 한편 그 즉시 참모진을 불러 불호령을 내렸고, 이후 일부 참모가 박 의원에게 사과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청내 반응은 대체적으로 드디어 터질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사실 일부 참모진에 의해 시장의 언로가 차단되는 데다 사실이 왜곡돼 보고되고 있다는 비판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올 들어서 간부 공무원의 성추행 사건, 재난사고 늑장대처, 야구장 술판 파문까지 잇단 곤혹을 치르면서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는 청주시에 대해 '참모부재론'이 확산됐던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일부에선 공공연하게 "현실에 안주하려는 일부 참모들에 둘러싸여 시장의 눈과 귀가 멀었다"는 말이 나돌 정도라는 게 직원들의 전언이다.

한 시장의 책임론도 거세다. 취임과 함께 대화와 소통, 자율을 강조했던 한 시장의 시정철학은 전임 남상우 시장의 독선적 행보와 비교되며 큰 기대를 모았지만 일선 직원들 사이에선 '빛 좋은 개살구'라는 혹평이 주를 이루고 있다. 주위의 비판과 일선 직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하지 않는 참모진도 문제지만 소통은 하되 시정에 반영 않는 한 시장에게도 실망감이 크다는 것이다. 게다가 제역할을 하지 못하는 참모진을 구성한 것 또한 결국은 인사권자인 시장의 책임이므로 그 비난의 중심에 한 시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현재 시청에는 각종 위급사태나 현안문제의 해결·수습에 나서려는 참모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본인들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일부 참모진과 이를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고 있는 한 시장에게 직원들의 불만만 날로 커져가고 있다"고 푸념했다.

한 지역인사는 "시장의 눈·귀를 막으며 자신들의 실리만 좇는 무능력한 참모진들도 문제지만 소통은 외치며 바른소리를 듣지 못하는 시장의 책임도 크다"며 "시정 전반에 긴장감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청주시가 새롭게 변화하기 위해선 능력을 바탕으로한 참모진의 적재적소 배치와 새로운 동기부여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전창해 기자 widese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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