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중재 전국배움터지킴이 발전협회장이 28일 본보와 인터뷰를 하며 학교폭력 해결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이덕희 기자 withcrew@cctoday.co.kr  
 

28일 오전 청주시 청소년지원센터 상담실을 한 소년과 어머니가 찾아왔다. 어머니는 아들의 이름을 물어보는 상담사의 질문에 ‘가명’으로 이름을 대고 상담을 빨리하자고 재촉했지만, 소년은 ‘뭐가 부끄럽냐’며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동급생을 폭행했던 사실, 이로 인해 학교를 1년 휴학했다는 사실 등. 그러나 그 학생 역시 중학교 시절 학교 폭행의 피해자였다.

학교 폭력이 점입가경이다. 정부와 교육 당국은 재발 방지책을 잇따라 발표하는 등 ‘초강수’를 두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번만큼은 ‘덮어두기’식 정책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교육당국 학교 폭력 방지 고리 ‘단절’

청주지역에는 학교 폭력 방지를 위한 전문상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초중고를 모두 합쳐 124개 학교 중 상담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학교는 54곳에 불과하다. 이중 전문상담교사는 7명(중 3, 고 2, 교육청 2명)에 불과하고 1년씩 계약하는 비정규직 전문상담 인턴교사가 47명(초 6, 중 24, 고 12, 교육청 5)이다. 나머지 대부분의 학교에는 전문 상담인력이 전혀 없다. 대신 일반 교사들이 상담을 겸직하고 있지만 전문성 부족으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것이 현실이다. 교육청은 또 학교 폭력 및 성폭력 상담을 위해 wee센터를 운영중에 있지만 상담을 원하는 학생에 대한 즉각적인 상담은 쉽지 않다.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부추기는 이유 중 허울뿐인 방지제도와 교육도 한 몫하고 있다.

충북도교육청은 올 초 보은교육지원청 내에 학생 상담소인 wee센터를 개소했지만 실제 학교 폭력을 당한 학생들에게는 여전히 문턱이 높다. 중학생 조모(14) 군은 “wee상담소가 있지만 학교 폭력이나 ‘왕따’ 고민이 있어도 절대 찾지 않는다. 방문 사실이 퍼져 일진들에게 찍히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학교별로 한 학기에 1회 폭력 예방 교육을 진행하도록 정해져 있지만 강의 자격 기준 또한 명문화 되어 있지 않아 대부분 비전문가가 교육 강사로 나서기 일쑤다. 대부분의 피해학생이 시간이 지나 가해학생으로 뒤바뀌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 또한 교육당국의 근시안적 대책의 대표적인 예로 지적되고 있다.

◆해결방안 교육당국 ‘책임감’, 가정 ‘관심’

전문가들은 학교 폭력에 대한 감시를 늘리고 처벌 기준을 강화하는 ‘충격요법’은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뿐더러 폭력을 음성화 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 학교 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고 해소할 곳은 최종적으로 교육당국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과부는 최근 학생 간 폭력 사건 대책을 논의하는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에 학부모가 과반수 이상 참석토록 일선 학교에 지시했다. 그러나 학교측이 외부 평판 등을 의식해 학교 폭행 사실을 숨기거나 축소하는 움직임이 개선되지 않는 한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지난 19일 발생한 청주의 중학생 사망사건 당시 해당학교는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서둘러 경위서를 작성, 교육청에 보고하는 등 사건 축소의혹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중재 전국배움터지킴이 발전협회장(68)은 전문 상담사가 없어 교사가 상담을 병행하는 것에 대해 “비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는 현 시스템으로는 학교 폭력을 근절시키기 어렵다”라며 “학교측이 문제가 발생했을때 방관하는 자세 또한 오히려 일을 크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교육당국의 책임감 실종을 지적했다.

이어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한 현실적인 제안이 이어졌다. “현실성 없이 남발되는 정책은 오히려 혼선을 일으킬 수 밖에 없다”라며 “현재 상담사가 전무한 상황에 한 학교마다 3명 이상의 전문성을 갖춘 상담사를 배치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학교폭력은 결국 사회 전체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며 “사회 구성의 기본인 가정에서부터 자녀들에 대한 사랑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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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기자 whenikis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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