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대전에서 발생한 지적장애 여중생 집단 성폭행사건 선고 공판이 열린 27일 시민단체 회원들이 대전지방법원 가정지원 앞에서 가해자들의 엄중처벌을 요구하는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허만진 기자 hmj1985@cctoday.co.kr  
 

‘대전판 도가니’로 일컬어지는 지적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에 대해 법원이 경미한 처분을 내리면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가해자 전원 불구속 수사와 가정지원 송치, 선고 연기 등 무수한 논란이 빚었던 사건이라는 점에서 시민단체들의 적잖은 반발이 예상된다.

대전지법 가정지원 소년 1단독은 27일 열린 심리 및 처분결정에서 가해자 16명 전원에 대해 소년법에 따라 1·2·4호 보호처분을 내렸다. 소년법상(32조 보호처분의 결정) 1호는 보호자나 보호자를 대신해 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자에게 감호 위탁하고, 2호는 성폭력 방지 프로그램 등 수강명령(40시간), 4호는 보호관찰관의 단기(1년) 보호관찰 처분이다.

통상적으로 함께 처분되는 3호 사회봉사명령은 가해 학생들이 그동안 봉사활동을 실시했다는 이유로 제외했다.

이날 재판부는 소년사건의 경우 심리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철저히 비공개로 재판을 진행, 시민단체들의 적잖은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또 가해 학생과 보호자들은 옷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취재진과 시민단체를 뚫고 법정에 들어섰고, 40분간 비공개 심리가 끝나자 입을 굳게 다문 채 법정을 빠져나갔다.

판결에 대해 법조계 한 관계자는 “(피고인들이) 상습적으로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고, 형사법원을 거쳐 가정지원으로 송치된 점, 피해자 측과 법률상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 등이 상당히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청소년들이 사회적으로 더 성숙할 필요성이 있고,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소년법 이념에 따른 판결로 보여진다”고 해석했다.

이번 판결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단체들은 지적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한 가해자들에게 법원이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또 최근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을 계기로 학교폭력이나 청소년 범죄에 대한 엄중한 처벌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이 같은 판결이 나오면서 사회적인 파장도 예상된다.

재판시작에 앞서 가정지원 앞에 모인 ‘엄정처벌촉구공대위’는 “더 이상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적으로도 경종을 울릴 수 있는 판결이 나오길 희망한다”면서 “형사법원에서 눈물로 반성하던 이들이 가정지원으로 사건이 송치된 이후 오히려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고 엄정 처벌을 촉구했다. 이어 재판이 끝난 직후 대전장애인차별연대 이원표 사무국장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공식이 다시 등장한 꼴”이라며 “법원이 정확한 판단을 통해 사회적으로 경종을 울려줘야 하는데 전혀 의지가 없는 것이며, 오히려 청소년이면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용서받을 수 있다는 인식만 심어준 판결”이라고 비난했다.

이 사무국장은 “더 이상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교육당국과 행정당국에 재발방지 및 관련 대책을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전지역 고교생 16명은 지난해 5월 한 달여 간 지적장애 여중생을 화장실과 건물 옥상 등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전원 불구속 기소됐으며, 대전지법은 형사법원에서 가정지원으로 사건을 이첩했다. 이후 가정지원은 피고인들이 학생인 점을 감안, 수능시험을 이유로 선고를 연기하면서 논란을 빚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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