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5대 금융기관인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충격이 전 세계를 강타한 가운데 국내 금융시장도 대혼란에 빠졌다.
추석연휴가 끝나고 처음 맞는 국내 금융시장은 미국에서 불어 닥친 악재에 주가 폭락과 환율 폭등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맞닥뜨렸다. 여기에 세계 최대 규모의 AIG사마저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경우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는 핵폭탄급 타격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16일 국내 주식시장은 폭락장을 거듭하며 올 들어 3번째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패닉상태에 빠졌다. 전날 미국 증시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로 결국 파산하면서 9·11테러 이후 최대 폭락을 기록한 여파가 그대로 전달됐다.
이에 따라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장보다 90.17포인트(6.10%)나 폭락한 1387.75로 장을 마치며 올 들어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고, 코스닥 역시 올 들어 최대 낙폭인 37.62포인트(8.06%)나 떨어지며 429.29를 기록했다.
이날 주가 폭락 주범은 외국자본. 미국발 금융 쓰나미에 자국의 유동성 확보가 다급해진 외국인들은 지난해 8월 이후 최대 규모인 6100억 원 어치를 팔아치우며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여기에 불안을 느낀 개인마저 2300억 원 규모의 매도세에 동참하며 7000억 원을 넘게 사들인 기관매수 방어선을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 미국계 대형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보호신청으로 국내 증권시장이 폭락하고 환율이 폭등하는 등 외환시장이 패닉에 빠진 가운데 16일 증권사의 주식현황판이 하락을 나타내는 초록색으로 가득하다.(왼쪽) 원-달러 환율이 한때 1167원을 기록하는 등 10년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며 전일대비 51원 오른 1160원에 마감됐다. 이성희 기자 lsh77@cctoday.co.kr |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와 금융 불안은 환율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미국 금융계의 위기로 인한 달러 수급 불안과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매도물량 환전 수요가 쏟아지면서 전 거래일보다 50.9원 폭등한 1160.0원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1998년 8월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의 최대 상승폭이며, 종가로는 지난 2004년 이후 최고치다.
이날 외환시장은 예상된 상승에도 불구, 정부와 시장 관계자들을 앞지르는 폭등세에 손쓸 사이도 없이 치솟다가 막판 손절매에 1160원 선에서 겨우 진정됐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AIG의 위기는 리먼사 파산과는 비교도 안되는 타격이 올 것이 자명함에 따라 미 정부가 어떻게는 개입해 구제에 나설 것"이라며 "이번 사태가 진정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려 투자 분위기도 한 동안 회복이 어려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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