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원들이 유명 전기매트 생산업체를 가장해 영세업체 물품을 가로챈 일당의 압수품들을 설명하고 있다. 양승민 기자 | ||
경기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업체에 유명 전기매트 생산업체를 가장, 사은품 납품을 빌미로 물품을 받아 되파는 등 수십억 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특히 피해업체 중 일부는 유명 업체라는 사실만을 믿고 물건을 맡겼다가 잔금을 못 받거나, 덤핑 판매로 경영난을 겪고 결국 부도를 맞은 것은 것으로 밝혀졌다.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6일 유명 전기매트 생산업체와 동일한 상호의 법인을 설립한 뒤 중소기업에게 사은품 납품을 미끼로 물품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A(56) 씨 등 7명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지난 9월 중순경 대전 서구 한 업체로부터 “사은품 납품에 필요하다”며 5차례에 걸쳐 차량용 블랙박스(1억 5000여만 원 상당)를 받아 챙기는 등 지난 8월부터 3개월간 같은 수법으로 전국 52개 업체로부터 45억 원 상당의 물품을 가로챈 혐의다.
조사결과 이들은 거래를 개시하는 일명 ‘선수’와 물품 출입을 관리하는 ‘창고장’, 재력과 인맥을 과시, 피해자들이 거래에 응하게 하는 ‘바지사장’ 등 조직적으로 역할을 나눠 행동하고, 범행에 필요한 휴대폰 및 계좌를 차명으로 사용해 경찰 수사를 피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은 영세 상공인들에게 “겨울철 성수기에 사은품으로 나가는 물품이 많으니 바로 현금결제 해 주겠다”고 접근하거나, 소량의 물품은 즉시 현금결제 하는 방식 등으로 신용을 얻은 뒤 대량의 물품을 납품받아 가로채 온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영세 중소 상공인들은 수천 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물품 대금을 받지 못해 경영난은 물론 피해 물품이 인터넷을 통해 전국에 덤핑 가격으로 유통되면서 가격 경쟁력까지 무너지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실제 피해자 B(35) 씨는 “사실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영세업체 입장에서 유명업체의 사은품 제안은 솔깃할 수밖에 없다”면서 “수억 원에 달하는 피해액도 문제지만 값 싼 제품으로 알려지면서 2차 피해까지 발행하고 있어 사업이 막막한 상태다”며 토로했다.
양철민 충남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피해자들이 대부분 자산규모가 영세한 중소 상인들로 그 피해가 배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기단과 짜고 물품을 사들인 무자료 장물 업자들을 국세청에 고발조치 하는 등 추가 피해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승민 기자 sm1004y@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