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경찰 간부가 자신이 보필하는 청장 집무실 컴퓨터를 해킹, 도청한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대전지방경찰청 수사과는 21일 대전경찰청장 집무실 컴퓨터에 해킹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도청을 시도한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 등)로 지방청 간부 A(47·경정)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달 28일 취임한 이상원 청장의 컴퓨터에 외부에서 원격제어가 가능한 프로그램과 자동 녹음프로그램을 설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대학 출신인 A 씨는 지난 14일 오후 8시경 지방청 7층에 위치한 청장실에 들어가 “청장님에게 꼭 필요한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며 비서실 근무자를 속인 뒤 청장이 사용하는 컴퓨터(외부망)에 도청용 마이크와 함께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A 씨는 이튿날인 15일 속도가 느려지는 등의 문제를 발견한 이 청장이 컴퓨터 교체를 요청, 외부에서 접근이 어려워지자 또 다시 16일 오후 새롭게 설치된 컴퓨터에 해킹 프로그램을 재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청장은 지난 18일 오전 “컴퓨터 속도가 또 느려졌다”며 부속실에 점검을 요청했고, 사이버수사대 수사요원이 확인한 결과, 해킹 프로그램 설치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추적에 나선 경찰은 컴퓨터 로그인기록 등을 분석해 A 씨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접속을 시도한 점을 확인했고, A 씨의 컴퓨터에서 지난 17일 오전 청장이 타인과 대화 내용이 녹음된 파일을 찾아냈다.

조사결과 인터넷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원격제어 프로그램(Team Viewer)과 녹음프로그램(Snooper)은 설치자가 타인 컴퓨터 사용화면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개인적인 대화나 전화통화 내용 등이 자동 녹음되면서 도청이 가능하다.

또 해킹에 사용된 프로그램은 상용 프로그램으로 악성코드가 아니라 컴퓨터 백신으로는 검출되지 않는다는 게 경찰 측의 설명이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청장을 잘 보필하고, 청장의 의중을 파악해 향후 승진인사에 이용하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2006년 승진한 경정으로 지방청 주요 요직에 근무하며 내년 총경 승진을 바라보는 엘리트 간부다. 특히 해외 파견 교육 등 개인적인 사정으로 동료나 후배들이 자신을 추월해 총경으로 승진하자 조바심 끝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태경환 수사과장은 “A 씨가 두 번에 걸쳐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했지만 설치 후 컴퓨터가 교체됐고, 바로 발각되면서 중요한 대화나 자료 유출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이 컴퓨터에서는 내부용 문서 작성 등 일체의 작업을 할 수 없고, 개인 이메일 확인 등 인터넷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