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날을 일주일 앞둔 19일 5일장이 열린 대전 유성시장에 제수용품을 구입하려는 시민들로 붐벼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신현종 기자 shj0000@cctoday.co.kr

“모처럼 시장통이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걸 보니 신바람이 절로 나네요.”

시골 정취를 잊은 지 오래 됐지만 대전 유성 장대동 일원에는 요즘도 떠들썩한 한바탕 5일장(場)이 열리고 있다.

4일과 9일, 닷새 간격으로 펼쳐지는 유성장이 바로 그곳.

민족의 대명절 설을 1주일 앞둔 19일 오전 10시 본보 취재진이 찾은 유성장에는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한 해 경기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던 모습과 달리 활기를 띠었다.

시장 좌판에 풍성하게 널린 동태와 제수용 과일 등은 설 명절이 가까워짐을 실감케 했고, 좁은 장터 골목에는 두 손 가득 까만 비닐봉지를 든 사람들로 붐볐다.

도심 한 가운데서 열리는 유성 5일장은 서서히 옛 명성을 잃어가고 있지만 현대식 대형 유통매장에선 볼 수 없는 전통장터만의 독특한 매력과 넉넉한 정(情)을 그리워 하는 이들로 꿋꿋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진귀한 물건들과 싱싱한 생선, 야채로 장바구니를 넉넉히 채울 수 있는 5일장은 코흘리개 시절 고향 장터에서 느꼈던 푸근함을 전해준다.

텃밭에서 손수 기른 농산물을 팔기 위해 유성장에 오는 시골 할머니의 굵은 손마디는 삶의 질곡을 보여주고, 할머니와 물건 값을 흥정하는 주부의 모습은 정겹기만 하다.

전통장터에서만 맛볼 수 있는 흥정은 할머니와 주부의 신경전(?) 끝에 덤까지 얹어준 할머니의 승리로 끝나곤 한다.

물건에 바코드나 정가가 붙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도덕의 질서가 흐르고 있어 바가지 상혼에 멍드는 일 없이 할머니들 물건 앞에선 저절로 지갑이 열릴 것만 같다.

복잡한 도심에 전통시장은 텅 빌 것 같지만 여전히 유성장이 붐비는 이유는 경기침체로 지갑이 얇아지면서 알뜰쇼핑을 하려는 소비자들의 ‘U턴’ 현상과 고향에 대한 정을 잊지 못하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오후 2시 30분. 본보 취재진이 다시 찾은 유성장은 오전보다 더 많은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허름한 한 어물전에선 10분 동안 1마리에 5000~6000원 하는 동태포를 구입하는 손님이 6명이나 됐다.

20년째 어물전을 운영하는 김귀자(63) 씨는 “예년 설 대목만은 못하지만 대형 유통매장에 빼앗겼던 손님들이 다시 전통시장을 찾고 있는 것 같다. 최근에는 젊은 20~30대 주부들도 많이 온다”며 만면에 미소를 띤 채 바쁜 일손을 놀렸다.

권순재 기자 ksj2pro@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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