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시장의 침체와 불황은 올해도 지역 미술계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러나 지역 화랑가는 위축되지 않고 개인전과 단체전을 꾸준히 보여줬다. 무엇보다 올해 대전 미술계의 큰 특징은 대전을 예술적 재현의 대상으로 삼고 대전의 다양한 면면을 전시와 연계했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지역의 젊은 예술가들을 육성하는 기획전이 다채롭게 열렸고 해외 교류전도 다수 개최됐다. 또 지역 내 전시 일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서비스가 구축되면서 작가들의 왕성한 창작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젊은 작가들의 발굴은 아직 좌표를 정립하지 못한 상태고 색다른 실험전은 눈길을 끄는 선에서 멈추었다.

△불황 불구 화랑가 전시 ‘봇물’ 

침체 분위기는 이어졌지만 지역 작가들의 활동은 매우 활발했다.

올해 기억할 만한 개인전으로 한국근대미술 채색화의 거장으로 평가 받는 화가 천경자 ‘大田 모리스에서’전을 많은 이들이 꼽았다. 또 전통 수묵산수화의 대가 운산 조평휘 화백의 개인전도 주목을 받았다. 이밖에 박영대, 가국현, 신중덕, 정의철, 박영하, 백준기, 이재호, 홍상식, 양충모, 정명희, 나진기, 남명래, 정황래, 강구철 등 지역 신진, 중견 작가들의 전시도 눈길을 끌었다.  

   
 

또 단체전에서는 미상록과 친구들 그 첫 번째 전시 ‘1+2(대전&뉴욕)’전, 3인 공예전 ‘Daily Craft- 休’전, ‘HICA’전, ‘조형예술의 탐색’전, ‘창형’전, ‘심향맥’전 등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갤러리가 너무 개인적인데다 새로운 의미나 방법 등의 주목할 말한 기획전과 단체전은 보이지 않았다는 게 미술 평론가들의 대체적인 평이다.

△실험 정신 가득한 ‘대안공간’, ‘레지던스’ 

지난해 5월 개관, 대안공간을 표방하는 스페이스 씨는 지속적인 기획 전시로 지역 미술계 저변 확대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스페이스 씨는 QR코드를 인식해 작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한 ‘아,Q전’을 비롯해 대흥동을 터전으로 활동해 온 김효남(서울공방)·이흥석(비돌) 씨의 삶과 이야기를 작품에 담은 ‘대흥동 마님과 사랑방 손님전’까지, 참신한 시도와 해석이었다는 관객들의 긍정적인 평을 얻었다.

대전문화재단의 레지던스 프로그램도 잇따랐다. 올해 대전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모두 3차례 기획전과 청주 레지던스 작가와의 교류전, 오픈 스튜디오 등을 진행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지역 전시정보 한눈에 

지역 구석구석에 들어서 있는 지역 화랑가와 전시 및 작가 동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대전미술협회가 매주 월요일마다 메일링을 통해 발송하는 ‘월요소식’과 대전 모리스갤러리가 운영하는 홈페이지 ‘아트 허브’에서다. 또 대전지역 전시 관련 정보를 모은 ‘대전아트 가이드’에서는 전시 소개를 확인할 수 있다.

△‘대전’을 주제로 한 전시, 해외 교류전 다채 

올해 대전 미술계에도 대전시립미술관과 창작센터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특히 올해는 ‘대전’을 소재로 한 전시가 주를 이뤘는데, ‘대전미술의 지평’전, 대흥동 ‘게스트&게이트’전, ‘물의 도시 대전’전, ‘대흥동 예술가들’전 등 대전미술의 면면을 들여다보고 지역 젊은 작가를 육성하는 기획전을 선보여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또 해외 교류 전시도 다채로웠다. 대만, 중국, 일본 작가가 참여한 ‘동북아, 우리 공동의 미래’전, ‘셍테티엔느 청년작가 교류’전, 서양 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모네에서 워홀까지’전 등이 전시돼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런 가운데 지역 학예사들은 지역 작가 발굴이 과제라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김민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사는 “지금은 작가 자신의 솔직함을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찾게 도와줄 수 있는 여건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미술계에서는 현대 미술을 ‘풍선’같다고 표현한다. 대중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 전시가 드문 것처럼 그 한계를 풍선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 풍선을 터트려 줄 ‘바늘’같은 예술이 나타나길 대중들은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주미 기자 jju101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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