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가 대격랑 속에 휘말리고 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이라는 예기치 못한 '급변사태'가 돌출했기 때문이다. 한반도 정세 흐름의 중심축을 형성해온 북한 최고실권자가 돌연 급사함으로써 향후 정세는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시계제로의 형국이 되고 있다.

이는 한반도 주변질서를 좌우하는 주요 열강과 남북한의 정치적 지배구조가 일거에 교체기를 맞는 내년의 '정치적 빅뱅'을 목전에 두고 발생했다는 점에서 한반도는 그 어느때보다 격렬한 대혼돈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북핵 6자회담 재개와 남북관계 개선 흐름이 '전면 스톱'되고 북한 내부체제의 향방을 둘러싼 극도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전반적인 정세흐름을 지배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의 사망이 현 한반도 정세에 끼치는 충격파는 가히 메가톤급이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싸고 전개돼온 모든 이슈들이 김 위원장의 사망이라는 '블랙홀'로 빨려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당장 초미의 현안으로 떠올랐던 북핵 6자회담 재개 흐름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특히 6자회담 재개를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됐던 22일 중국 베이징 북미 3차대화도 무기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94년 7월 8월 북미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3단계 북미회담을 개최했으나 회담개최 당일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면서 하루만에 회담이 중단됐고 3개월이 지나서야 재개됐다.

대화가 모색되던 남북관계 역시 김 위원장의 사망 여파로 중단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북한으로서는 당분간 대외관계보다는 내부 단속과 관리에 몰입할 수 밖에 없다. 그동안 정부 내에서는 그동안 3차 남북 정상회담을 물밑 추진하려는 기류도 있어왔다.

정세 불안의 진원지는 '포스트 김정일' 체제의 불확실성이다.

김정일 체제를 대신할 김정은 후계체제가 제대로 '안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북한 내부는 당분간 '권력공백기'를 거치며 극도의 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내년 강성대국 건설을 앞두고 김정은 후계체제의 결속을 겨냥한 다각도의 움직임이 전개돼왔다는 점에서 북한의 권력통제시스템이 약화될 것으로 속단하기 힘들지만 김정일 체제와는 다른 근원적 취약성이 존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미·중·일·러 등 한반도 주변 4강의 외교적 대응 움직임이 주목된다.

우선 동북아 안보의 중심무대인 한반도 정세가 유동화됨에 따라 미·중을 중심으로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정세의 안정추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6자회담을 조기에 재가동시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단순히 북한 핵문제 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체제와 안보상황을 논의하는 회의체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주변 4강이 북한 내부의 상황전개와 전략적 이해에 따라 서로 입장을 달리하며 치열한 이해각축을 벌일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내년은 일본을 제외하고 미·중·러 등 3강이 자국의 국내정치 일정에 따라 새로운 정치체제를 준비하는 한해다. 이 같은 정치적 교체기는 늘 불안정성을 수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사망 이후 정세의 불확실성과 맞물릴 경우 한반도 이슈를 둘러싸고 예측불허의 외교적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내부의 불안정성이 남북간 군사적 긴장고조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북한이 체제 결속을 노린 의도적 도발이나 내부 권력 투쟁 과정에서의 우발적 도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남북관계는 최악의 파국에 직면할 수 있고 주변 4강이 외교적 개입을 본격화되는 상황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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