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마다 다양한 해법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젊은 부모들은 영유아 예방접종에만 수백만 원이 소요되는 등 엄청난 양육부담에 출산을 주저하거나 미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극히 제한적인 국가필수예방접종에만 일부 국비지원이 이뤄지면서 각 병·의원에서 권장하고 있는 선택접종은 모두 자비로 부담하고 있어 허울뿐인 출산장려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영유아에 대한 모든 예방접종을 국비지원 사업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13일 질병관리본부, 대전시 등에 따르면 0~12세까지의 영·유아 예방접종은 국가필수예방접종과 기타 예방접종으로 구분된다.

국가필수예방접종은 모든 영유아에게 접종을 권장하는 BCG(피내용), B형간염, 일본뇌염, DPT(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 등으로 보건소와 일선 의료기관에서 접종이 가능하다. 정부가 비용 중 일부를 부담하고 있어 보건소를 비롯 국가필수예방접종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의료기관에서 접종한 후 비용을 청구하면 지원해 주는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반면 기타 예방접종은 뇌수막염, 폐구균, A형 간염 등으로 보건소를 제외한 의료기관에서만 예방접종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른바 '선택접종'으로 분류되는 기타 예방접종 질병에 대한 접종비용이 수백만 원을 호가한다는 점이다. 부모들 입장에서 소아과 전문의가 추천하는 선택접종을 거부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선택접종'은 사실상 '필수접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 서구 J병원과 유성 N병원 등에서의 뇌수막염 접종비용은 1회당 4만 원, 폐구균은 13만~15만 원 등으로 총 접종비용은 대략 80여만 원 수준이다. A형 간염의 경우 회당 5만 원 씩 2회, 로타 바이러스 회당 10여만 원 씩 2회 등 각종 예방접종 비용에 따른 가계부담은 이미 적정수준을 넘어선 상태다.

최근 여아를 출산한 김 모(35) 씨는 “뇌수막염, 폐구균, 로타바이러스 예방접종에만 한 번에 40만 원이 들었다”면서 “그나마 가격이 저렴한 인구보건복지협회를 찾고 있지만 교통비 등을 감안하면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또 선택접종의 경우, 각급 병의원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통과정, 병의원의 할인 등에 따라서 예방접종 비용이 다르다는 것이 병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조 모(35·둔산2동) 씨는 “각 지자체나 일선 병·의원마다 예방접종의 차이를 보이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한 뒤 “저출산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영유아에 대해 무료 예방접종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희철 기자 seeker@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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