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시내버스 운전기사 A 씨는 최근 운행 중에 작은 접촉 사고를 내 50만 원을 물어내야 했다. 버스가 전국버스공제조합 공제보험에 가입돼 있지만 회사에서 보험처리를 해 주지 않아 개인 돈을 털어 피해차량의 수리비를 충당한 것이다.

A 씨는 "근무 중에 사고가 나면 버스를 운전한 기사가 모든 책임을 지도록 한다"며 "회사에 보험 처리를 요구하면 징계를 주거나 암묵적으로 사표를 강요하는 등의 압력이 심해 내 돈으로 차량 수리비를 메워야 한다"고 말했다.

버스공제조합에 따르면 A 씨가 근무하고 있는 대전의 모 회사는 무사고 200일을 넘었다.

대전시 버스운송조합 13개 버스회사 가운데 일부 회사가 교통사고 발생시 사고 처리 비용을 보험이 아닌 운전기사 개인에게 관행처럼 부담시키고 있어 사고가 나도 무사고로 처리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시내버스 회사가 사고 처리 비용을 기사에서 전가시키는 이유는 공제보험료 인상을 피하기 위한 것. 실제로 전국버스공제조합 대전지부에 확인해본 결과 A 씨의 버스회사는 지난 200여 일 동안 단 한 차례의 사고 접수도 되어 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시에서 회사 운영에 필요한 자금의 일부를 지원해 주고 있지만 여전히 적자 운영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미미한 교통사고의 경우 고통분담의 차원에서 사고를 낸 직원(기사)이 책임지고 있으며, 다른 회사들도 비슷한 사정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A 씨는 "회사와 직원간에 사고 부분에 대한 합의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회사는 강압적으로 모든 사고는 기사가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며 "동료 몇 명은 100만 원 이상 수리비가 나왔지만 회사에서 보험 처리를 안해 어쩔 도리가 없어 대출을 받아 사고 처리를 한 것도 봤다"고 말했다.

시내버스 운전기사 B 씨는 "사고가 발생하면 기사가 물어내야 하기 때문에 사고가 나거나 손님이 다치면 무조건 상대방에게 잘못이 있다고 우기는 방법 밖에 없다"며 "대전시나 노동부 등 행정기관에서 제도적으로 고쳐야 하지만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노동부 관계자는 "근로자의 동의 없이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은 법에 저촉될 수 있다"며 "더구나 회사의 암묵적 강요와 이에 대한 불복에 따른 과도한 징계 등의 불이익은 노동부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통해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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