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비롯, 대구와 광주 등 도시철도 건설을 추진 중인 대부분의 도시에서 도입기종과 방식 등을 놓고, 지역 간, 지방·중앙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현 정부가 정책적 대안도 없이 과도한 국비부담을 이유로 ‘중전철 불가=경전철 일부 수용’이라는 기본 방침을 고수하면서 도시철도의 신·증설을 추진하는 도시들이 심각한 내부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행정안전부와 국토해양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전국에 도시철도를 이미 건설됐거나 추진 중인 도시 대부분에서 각종 장애와 잘못된 수요예측, 도시미관 저해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지난 3월 개통한 부산도시철도 4호선에 이어 경남 김해, 경기 용인 등 경전철 개통을 준비하고 있는 도시들에서 안전성 논란이 일거나 잘못된 수요예측 때문에 운행이 미뤄지고 있다.

우선 부산의 경우 동래구 미남역과 기장군 철마면 안평역 12.7㎞ 구간에 개통한 부산 도시철도 4호선은 지난 4월 한 달에만 견인전동기나 종합제어장치 고장 등 12건의 운행 장애가 발생했다. 각종 고장이나 지연이 계속되자 부산교통공사는 안전운행요원을 탑승시켜 무인운행에서 사실상 '유인운행'으로 전환했다.

김해 경전철도 당초 올 4월 개통 예정이었지만 시운전 중 수십여 건의 운행 장애가 발생하면서 개통일이 계속 연기된 바 있다.

1조 1000여억 원을 들여 지난해 7월 개통예정이었던 경기 용인 경전철은 부실시공에 따른 안전문제가 제기된 데다 잘못된 수요예측으로 아직까지 정상화의 길은 요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현재 KDI(한국개발연구원)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지역에서도 도시철도와 관련된 말썽은 계속 진행형이다.

모노레일로 채택된 대구도시철도 3호선의 경우 안전성과 상권 침체 등을 이유로 지역에서 기종이나 건설방식 등의 변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또 광주도 당초 AGT(경전철의 일종)방식으로 정부의 예타를 통과했지만 기종과 건설방식 등을 변경키로 하면서 중앙과 지방정부 간 마찰음이 커지고 있다. AGT는 고무바퀴로 움직이는 특성상 건설·운영비는 적게 드는 반면 도시 미관을 해치고 소음이 크다는 단점때문에 이를 변경해야 한다는 게 해당 지역의 여론이다.

광주시는 이에 따라 전 노선 지상 고가의 AGT 방식과 모노레일, 중전철의 지하 굴착 심도(지하 20~30m)의 절반인 저심도(8~13m) 방식인 '지상고가+저심도'의 혼합형 등을 놓고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즉, 중전철 건설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각 기종별 장점을 살려 기종과 건설방식을 혼합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 광주시의 전략이다. 그러나 추가 재정적 부담을 포함, 정부의 재승인 절차를 밟아야 하는 현 추진절차로 인해 광주시가 제시한 변형안의 수용여부는 아직까지 오리무중이다.

대전시도 민선5기 출범후 심각한 교통체증 해소와 중장기 대중교통 시스템 개편을 위해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을 적극 추진했지만 올 한해 동안 도입기종과 건설방식, 노선 등을 놓고 지역·기관 간 첨예한 갈등이 이어졌고, 아직까지 봉합되지 않았지만 정부의 천편일률적인 건설 지침에는 변화가 없다.

이에 대해 한 교통전문가는 “부산과 대구, 광주와 대전 등 도시별 여건과 대중교통의 수요가 다 상이하지만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도시철도 건설 표준매뉴얼만 강요하고 있다”며 “도시철도의 무분별한 신·증설은 막아야 하지만 도시별 중장기 교통플랜에 맞는 국비지원은 지역 이기주의를 떠나 국가가 반드시 풀어야할 과제이자 몫”이라고 강조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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