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내 정치권을 중심으로 롯데그룹의 충주 맥주공장 건립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적 관심이 뜨겁다. 반면 업계에서는 롯데가 맥주사업을 독자적으로 진행하기엔 제약 요인이 많아 오비맥주 매각가 인하 등으로 판도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에 무게를 두면서 사실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윤진식(충주·한나라당) 의원과 이종배 충주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그동안 롯데 측 경영진과 여러 차례 의사소통을 가진 결과 충주 맥주공장 건립이 예정대로 추진될 것 같다"며 "조만간 롯데그룹 관계자와 이종배 시장이 만나 공장 건립에 필요한 실무 협의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내년 1~2월경이면 롯데그룹이 충주시 이류면 신산업단지 내에 33만㎡(약 10만 평) 규모의 맥주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작업이 윤곽을 드러낼 것이며, 여기에는 총 5000억 원의 자금이 투입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이들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주류업계는 롯데그룹의 이같은 행보는 결국 오비맥주 인수를 위한 포석일 것이란 분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미 아사히맥주를 수입해 팔고 있는 롯데그룹인 만큼 생산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지원받으면 공장신설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진출에 보다 효과적인 오비맥주 인수를 염두에 두고 매각 희망가격 낮추기를 위한 전략을 내포하고 있을 것이란 해석이다.

이같은 추측을 뒷받침해주는 정황도 속속 감지되고 있다. 우선 올 6월 기준 48%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오비맥주를 인수하는 것에 비해 공장신설의 경우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이익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장애요소다.

롯데그룹이 5000억 원을 들여 60만t 생산능력을 갖추고 시장점유율 30% 정도를 가져간다고 가정했을 때 총매출액은 6000억 원이고 전량판매에 성공한다면 연간 영업이익은 600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주류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 상승에 판관비가 400억 원 이상 소요된다는 점과 사업초기 감가상각비를 감안하면 상당 기간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현재 오비맥주의 대주주인 KKR이 사모펀드라는 특성상 재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과 이 경우 인수 후보 또한 롯데가 거의 유일한 상황이라는 점 등도 롯데가 오비맥주 인수의 끈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지난 2009년 롯데그룹은 당시 오비맥주의 대주주였던 AB인베브와 오비맥주 인수를 위한 협상을 벌였으나 미국 사모펀드인 KKR와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 때 롯데 신동빈 회장은 "공장을 지어서라도 맥주사업을 하겠다"면서도 KKR이 오비맥주를 매각할 경우 이를 인수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도내 주류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충주 맥주공장 건립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오비맥주 인수 대상으로 롯데가 거의 유일하다고 봤을 때 KKR은 매각가를 조금이라도 올리려 할 것이고 롯데는 공장신설 계획을 통해 협상에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한다는 것이 대다수 업계의 관측"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내년도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대규모 투자 기업유치를 이뤄낸다면 확실한 치적을 쌓을 수 있고, 롯데 측은 정치권에서 나서서 상황을 띄워주고 있는 형국이니 이보다 더 좋은 KKR 압박 수단이 더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전창해 기자 widese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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