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균이란 위의 유문(파이로리) 부위에 사는 나선(헬리코) 모양의 균(박터)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위 점막에는 강한 산성을 띄는 위액이 있기 때문에 세균이 살 수 없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난 1983년 호주의 로빈 워렌과 배리 마샬이 사람의 위에서 최초로 나선형의 균을 배양하는데 성공한 후 헬리코박터(Helicobacter pylori)의 존재가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후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정도가 감염된 것이 알려지면서 이들은 2005년 노벨 의학상을 수상했다.

△헬리코박터균은 전염과 소아 감염 = 우리나라는 전 인구의 60~70% 정도가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어 있어 매우 높은 감염률을 보인다. 대부분 소아기에 감염이 시작되며 오랜 시간 같이 접촉하면서 사람 간의 입을 통해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어른들이 음식을 씹어서 아이에게 먹이는 습관 등은 반드시 피해야 하겠다. 그리고 사회 경제 상태나 생활 상태, 위생 상태가 나쁠수록 감염률은 높다.

소아의 감염률은 선진국의 경우 10세 정도까지 약 10%에서 감염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추세다.

이 균은 한번 감염되면 자연히 소실되는 경우는 드물고(1년에 1% 이내), 치료하지 않는 한 평생 만성 감염의 상태를 지속하게 되므로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이 균의 유병률은 증가하게 된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으로 생기는 병 =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환자의 대부분은 증상이 없다. 하지만, 이 균에 감염된 후 수년 또는 십 수년간 만성 위염 상태가 진행되다가 일부 환자에서 만성 위염, 위 십이지장 궤양을 일으키고 위암이나 MALT 림프종이 발생할 수 있다.

지난 1994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이 균을 주요 발암인자로 규정하기도 했다. 한국인에서 헬리코박터는 십이지장궤양 환자의 90~95%, 위궤양 환자의 60~80%에서 발견되며 헬리코박터를 제균하면 재발률이 현저히 감소된다.

국내 한 연구에서는 실제로 소아에서 헬리코박터균 감염 후 위축성 위염이 55%, 장형화생이 13% 관찰된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또 철분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철 결핍성 빈혈이나 소아에서의 성장 저하도 헬리코박터균 감염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소아에서 가장 흔한 질환 중 하나인 만성 재발성 복통 증후군은 이 균과는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헬리코박터균의 진단 = 헬리코박터균을 진단하는 방법은 크게 내시경을 이용하는 방법과 이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비침습적인 방법에는 혈액 내 항체 검사, 대변 내 항원 검사, 요소 호기 검사, 소변 내 항체 검사 등이 있다. 혈액 내 항체 검사는 가격이 저렴하며 빠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소아에서 혈액을 채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또 검사의 특이도가 낮으며 양성 및 음성 판정의 기준이 성인과 다를 수 있고 연령이 어릴수록 균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대변 내 항원 검사는 최근 개발된 검사로 진단의 정확도도 높은 편이며 채혈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어 검체를 얻는 방법의 불편함이 있으나 향후 더 많이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요소호기 검사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요소와 함께 마시고 일정 시간 숨을 내쉬게 해서 호기시에 나온 동위원소의 농도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내시경 검사에 비해 간편하다.

높은 민감도를 보이며 약물 치료 후 제균 유무를 판정하는 데 정확한 방법다.

침습적인 방법은 내시경을 시행한 뒤 위 점막 생검을 통해 조직을 얻어 여러 가지 염색법을 이용, 헬리코박터 균을 직접 확인하고 조직학적 진단을 동시에 알아보는 방법과 생검을 통해 얻은 조직을 요소검사 시약에 넣어 색깔의 변화를 보는 급속요소분해효소 검사법이 있다.

소아를 위해서 보다 믿을 수 있고 검증된 진단법이 개발될 때까지는 현재로서는 헬리코박터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 내시경 검사와 함께 조직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가장 추천되는 검사법이다.

△헬리코박터균의 치료 = 감염된 환자의 대부분이 무증상이고 소아의 경우 앞에서 언급한 질환들이 일반적으로 감염 후 수십 년이 지나서 발생한다.

소아에서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었을 경우 모두 치료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일부 질환들은 제균 치료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전암성 병변이 발생하면 위암의 발생을 낮출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병변이 생기기 전에 조기에 제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항생제와 한 가지 위산분비 억제제를 병합해 1~2주간 치료하게 되며 이를 통해 약 80% 정도 균을 제거할 수 있다.

만약 1차 치료에서 균이 없어지지 않을 때는 다른 약제를 병합해 재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도움말 = 충북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지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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