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이나 정확한 분석도 없이 한·미 FTA의 국회 비준안 처리를 강행, 향후 관련 업종을 중심으로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특히 지역 농업은 물론 수출 중소·벤처기업들마저 원산지 관리 역량이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들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져 대책마련이 시급하지만, 올해 대전지역에 책정된 관련 지원예산은 고작 수천만 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기획재정부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한·EU, 한·미 등 FTA체결에 대비, 대전 등 각 권역별로 FTA 활용 지원센터를 설치·운영키로 하고, 대전시에 관련 예산 7000만 원을 지원했다. 대전시도 지역 내 관련 업체들을 위한 교육·회의·조사비 등을 위해 올 1회 추경에 관련 예산 3000만 원을 확보, 대전상공회의소에 국비 7000만 원과 함께 총 1억 원의 사업비를 집행했다.

이에 따라 대전상공회의소에 설치된 대전 FTA 활용 지원센터는 8590만 원의 자부담을 합해 관련 업종·업체들에 대한 실태조사 및 컨설팅, 교육, 전문가 양성 등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 FTA를 포함해 한·EU, 한·칠레 등 자유무역 협정내용이 각자 다르고, 관련 업종·업체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이 미치는지에 대한 정확한 분석 자료도 지역에서는 전무해 제2, 제3의 무역피해가 우려된다.

또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대책마련이나 피해구제가 모두 국가사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 각 부처나 청 단위에서 이뤄져야 하지만 각 지역별 사무는 국비 지원도 없이 해당 지자체로 떠넘겨 재정이나 역량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미봉책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미 FTA는 그동안 한국이 체결했던 싱가포르나 아세안, 인도, 유럽연합(EU) FTA와는 원산지 증명에 관한 규정이 크게 다르다.

FTA에서 원산지를 증명할 수 있는 원산지증명서 발급은 정부나 상공회의소 등의 기관이 원산지를 확인해서 발급하는 ‘기관발급’과 수출자나 생산자가 원산지증명서를 스스로 발급하는 ‘자율발급’의 두 가지 방법이 있으며, 한·미 FTA는 후자인 ‘자율발급’이 적용된다.

문제는 자율발급 후 향후 부정발급으로 확정되면 감면받은 관세를 추징당하는 것을 물론 가산세를 부담해야 하며, 미국법에 따른 형사처벌도 국내 기업들에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관세청도 한·미 FTA 협정문에서 국내 기업들의 원산지 관리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989년부터 캐나다와의 FTA를 통해 이미 자율발급이 관행화된 미국 기업들에 비해 국내 수출 중소·벤처기업들은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점을 관세청은 강조했다.

지역의 한 경제 관련 전문가는 “국내에서 한·미 FTA에 대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기업은 몇몇 대기업뿐이며, 지역 중소·벤처기업들은 미국 세관의 검증 위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사전준비도 전무하다고 본다”며 “캐나다와 멕시코 등의 물품이 미국을 거쳐 우회 수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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