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가 가정 내 가사·육아 분담 분위기 조성을 위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추진키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하지만 정작 직원들은 실효성 없는 전시성 계획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7일 시에 따르면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가사·육아 분담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시산하 전 공무원을 대상으로 각종 실천계획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실천과제로는 △매주 수요일 '가족사랑의 날' 준수 △실천서약 및 가사·육아 분담계획 지속 관리 △월례휴가제 확행 및 간부공무원 먼저 실천 △남자직원의 육아휴직제도 적극 활용 △상사 먼저 일찍 퇴근하는 분위기 조성 △꼭 필요치 않은 업무의 생산 억제 △업무 외적인 일에 대한 남녀직원 역할 체험 등이다. 아울러 일부 강제성을 부여하기 위해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초과근무를 미인정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그러나 정작 직원들은 시책추진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실천과제의 실효성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당장 이번 시책의 핵심과제인 가사·육아분담 계획서 관리만 하더라도 개인별 실천과제를 담은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이를 잘 지켰는지 매월 평가해 연1회 우수직원을 선발한다는 계획이지만 가정 내에서 이뤄지는 사항을 단순 체크리스트 작성 만으로 제어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반응이다. 반면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는 월례휴가제나 육아휴직제도 활용 등은 단순 권장 정도에 그쳐 실제 부서장의 성향에 따라 효과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직원은 "초등학생도 아니고 장보기, 식사준비, 청소, 빨래 등 지극히 가정 내적인 사안을 체크리스트로 만들어 이를 잘 지켰는지 확인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 아니냐"며 "이같은 보여주기식 시책이 아닌 가사나 육아를 분담할 수 있는 직장내 여건 만들어주기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직원은 "여성공무원로서 가사·육아분담에 실제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월례휴가제나 육아휴직제, 초과근무 제한 등만 제대로 지켜질 수 있게 해줘도 충분히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과 관계자는 "내부 공무원들의 인식전환 차원에서 일차적으로 분위기 조성을 위한 시작 단계인 만큼 직원들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 보다 효과적인 시책이 될 수 있도록 수정·보완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창해 기자 widese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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