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건설업계에서 소문만 무성하던 일부 업체들의 해외 공사실적 부풀리기가 검찰의 수사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특히 공사실적을 관리·감독하는 해외건설협회 직원까지 이번 범행에 조직적으로 가담하면서 관리 시스템의 총체적인 재점검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대전지검 특수부는 7일 허위로 만든 해외 건설 실적을 이용해 수백억 원대에 이르는 관급공사를 수주토록 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로 브로커 A(52) 씨를 구속 기소하고, A 씨에게 돈을 받고 해외 공사자료를 제공한 모 건설회사 간부 B(36) 씨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A 씨에게 수억 원에 이르는 뇌물을 받고 건설업체 등에게 편의를 제공한 혐의(배임수재 등)로 해외건설협회 간부 C(45) 씨와 허위 실적을 내세워 다수의 관급공사를 수주한 건설업체 대표 D(53) 씨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사우디아라비아에 거주 중인 건설업체 직원 B 씨로부터 현지 공사현장의 사진과 공사내역서, 도면 등을 제공받아 국내 건설업체가 해당 공사를 수주한 것처럼 허위 실적서류를 만든 뒤 해외건설협회에 제출토록 한 혐의다.

A 씨가 실적을 조작해 준 다수의 건설사들은 이를 이용, 경쟁입찰로 진행되는 관급공사를 따냈고, 이 과정에서 공사대금의 2%가량을 A 씨에게 제공하는 등 2008년부터 3년 간 40억 원이 A 씨에게 흘러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수법으로 조작한 해외공사실적은 3150억 원이며, 수주한 국내 관급공사도 686억 원에 이른다.

또 A 씨는 허위서류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현지 업체명의 직인 등을 직접 제작했고, 원문의 은행거래내역서와 허위계약서 역시 위조했다. 위조 사실은 검찰이 서울 근교 A 씨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현지 업체와 국내 업체가 실제로 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임의로 만든 계약서 23건과 사우디아라비아 업체 명의의 직인, 서명 스탬프 등 도장 56개, 허위 노임서류 17건, 허위 은행거래내역서 7건 등을 찾아내면서 밝혀졌다.

이와 함께 해외건설협회 직원 C 씨는 A 씨가 조작한 서류를 이용해 실적등록을 하려는 건설업체들의 서류 심사를 담당하는 과정에서 다소 미비한 서류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2억 50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와 함께 구속된 B 씨는 2091억 원 상당의 사우디 공사 자료를 A 씨에게 제공하고, 건 당 많게는 수천만 원의 돈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A 씨가 국내에서 도로와 산업단지 조성 등의 관급공사 수주 시 해외건설 실적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점 등 알고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후순위에 밀린 공사업체들이 관급공사를 따내려는 욕심과 해당 서류를 조작해주는 A 씨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라며 “허위실적 업체들이 공사를 수주할 경우 자칫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심사 기준을 강화할 필요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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