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청 공무원들의 억대 외상값 파동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관청주변 식당 외상 관행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번 파문이 10여년 전 일로 불거졌는데도 확산되고 있는데는 현재도 식당 외상이 비일비재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개선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식당에서는 변칙 청구와 관련공무원과의 뒷거래 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파문은 충북도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했던 A 씨가 지난달 30일 한 인터넷 언론매체를 통해 "1998년 도청 인근에 식당을 열었는데 개점 이듬해 도청 직원들의 외상값이 1억 원에 달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A 씨는 "모 간부는 가족회식을 자주해 1000만 원에 달하는 외상을 지고도 갚지 않는 등 도청 공무원들의 외상때문에 한때 자살까지 기도했다"며 "결국 자금 사정이 안좋아 지난 2001년 식당문을 닫게 됐다"고 밝혔다. A 씨는 최근 청주시 상당구 내덕동에 식당을 다시 열면서 '도청 직원 절대사절, 안받습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안내문을 내걸었다.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고, 충북도는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도가 도청 주변 식당을 대상으로 파악에 나선 결과 도청 공무원들의 한 달 외상값이 3000만 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관청 주변 식당을 상대로 한 공무원들의 외상이 십수년간 관행으로 이어져 온 것이다. 이 관행은 비단 충북도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대부분의 행정기관과 공기업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행정안전부 예규 362호는 '특근매식비와 같이 정기적으로 ‘소액’의 예산이 지출되는 경우 일정기간(1개월 미만)을 합산해 1건으로 지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초과근무 직원 1인당 하루 7000원씩 급량비를 지급하되, 카드결제나 사후결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즉, 행안부가 사후결제를 허용하는 것은 급량비 뿐이다. 규정상 초과근무나 비상근무 시 식대가 사후에 지급되다 보니 외상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게 공무원들의 공통적인 설명이지만, 이마저도 공무원들이 사비로 결제 후 향후 급량비를 받아도 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궤변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상당수 기관의 실·과에서 회식 때도 외상을 하고 남은 출장비 등을 모아 변제하는 일이 다반사라는 점이다.

특히 일부 몰지각한 공무원들은 식당에 외상값을 갚으면서 주인에게 ‘뒷돈’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음식점 관계자는 “보름에 한 번 정도 외상값을 변제하면서 부서회식비 명목으로 찬조를 하라고 하거나, 가족들의 ‘공짜외식’을 요구하는 공무원들이 있다”고 전했다. 외상이지만 매출과 직결되다 보니 일부 공무원들의 과도한 요구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수용, 애꿎은 식당업계만 피해를 보고 있다.

한편, 충북도를 비롯한 도내 지자체는 청사 주변 식당들을 대상으로 외상여부와 금액을 파악한 뒤 변제토록 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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